택시호출 앱이 대중화하면서 디지털 장벽에 막힌 어르신의 이동권이 제한되고 있다. 대부분 택시기사가 관련 앱을 이용해 손님을 받는 데다 고령층일수록 스마트폰 조작에 서툴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고령자 편의적인 앱이나 기기를 도입해 이들이 소외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31일 대전시에 따르면 9월 기준 관내 운행 택시 대수는 7870대다. 이 중 4830대(61.4%)가 T블루, 네모택시 등 앱을 이용해 손님을 받고 있다. 택시 이용자 대부분이 관련 앱을 이용하고 요금 결제 등이 편리하다는 이점도 있어서다.
대전에서 20년 동안 택시를 운행한 A 씨는 “갈수록 앱 이용자가 늘어나니까 어쩔 수 없이 앱으로 손님을 받고 있다. 요즘에는 앱이 아니면 영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부분 선결제고 앱이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길을 알려 주니 오해도 없고 간편해 많이들 이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택시기사의 앱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층은 택시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당초 길가에서 손을 흔들면 쉽게 잡을 수 있었던 택시에 예약등이 켜져 있어 빈 차를 잡기 어렵거나 빈 차여도 지나치는 경우가 있어서다. 스마트폰 조작이 서툰 고령층에게 택시호출앱 이용은 그림의 떡이다.
이날 경로당에서 만난 70대 B 씨는 “요새 택시 잡기가 너무 힘들다. 다들 스마트폰으로 부른다는데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사용할 줄 모르니 부를 수가 없다. 요새 보이스피싱 때문에 함부로 전화 받지 말라 하고 뭘 누르지도 말라 하는데 어떻게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나. 택시 타는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어르신의 택시 이용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실제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76.6%에 달하지만 이 중 67.2%는 여전히 디지털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디지털화로 세상이 간편해질수록 이들에겐 일상생활조차 힘겨워진다는 소리다. 고령자 편의를 위한 앱, 기기 등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임재옥 대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택시호출앱은 고령층이 이용하기에 인터페이스가 복잡한 측면이 있다. 이들이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쉬운 앱이 필요하다. 또 버스·택시정류장에 간단한 키오스크를 설치해 버튼을 누르면 택시가 오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다만 두 방법은 비용·시간적 부담이 존재한다. 제일 간편한 방법은 기존의 ARS 전화번호를 적극 활용, 홍보해 접근성을 열어 두는 것이다. 아울러 택시회사에서 어르신의 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지원도 있으면 좋다. 갈수록 콜택시 회사는 줄고 택시호출앱을 이용하는 가맹택시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어르신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세상이 조금 더 이들에게 친화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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