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SK E&S와의 합병을 완료하며 약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초대형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의 포트폴리오 최적화 전략의 핵심으로, 전통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를 결합한 종합 에너지 회사로 재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휘발유와 경유 수요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새로운 수요 창출이 합병 법인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31일 SK그룹에 따르면 새 법인의 사명은 SK이노베이션으로, 내달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SK E&S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통합되며 ‘SK이노베이션 E&S’라는 명칭을 유지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 법인 출범에 앞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중동과의 미래 에너지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은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원유 공급지이자 향후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미래 산업에서도 긴밀히 협력할 가능성이 큰 파트너다. 특히 사우디는 2030년까지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SK와의 협력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전망이다.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은 자산 104조7122억 원, 연 매출 88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다. SK그룹은 ‘통합 시너지 추진단’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AI 및 첨단 기술 투자를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는 본격적인 재무적 시너지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월에 합병이 완료됨에 따라 SK E&S의 실적 일부가 올해 SK이노베이션에 반영되며, 재무제표는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통합본으로 작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 배터리를 제외한 일부 신사업들이 활력을 잃고 있어,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며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차세대 연료 및 액체 냉각류 개발 등 신규 사업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SK E&S의 신사업 중 수소 사업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나, 시장 개화가 지연되면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는 당초 지난해 상업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최근에야 가동에 들어갔다.
또한, 석유사업 매출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매출 합계는 45조7061억 원으로, 이 중 석유사업의 비중이 57%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부문 수익성 강화를 통해 전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차세대 연료 및 액체 냉각류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역시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경쟁 심화로 생산 효율성 개선이 과제로 남아 있으며, 이를 위해 기술 개발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냉각 시스템에서도 액체 냉각류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2027년 이후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달성을 목표로 하며, 2024∼2025년 주당 최소 배당금 2000원을 설정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2027년 이후에는 주주환원율을 35%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와 화학, 배터리와 소재에 이르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며 "2027년 이후에는 이러한 다각화 전략이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져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 경영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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