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산간서로 도로변을 덩굴류가 뒤덮고 있다.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속보=제주에서도 기후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덩굴류(칡덩굴 등)가 빠르게 확산하며 자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한라일보의 보도(지난 9월 26일자 1면 '무섭게 번진다… 덩굴류 식생 위협)와 관련해 제주도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부턴 여름철에 집중해 왔던 제거 작업을 바꾸고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도 연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예산 투입 등 정책적 의지가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3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최근 덩굴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제주도 산림녹지과를 중심으로 첫 대책 회의가 개최됐다. 지난 25일 제주도청 제2청사에서 열린 회의에는 제주도와 행정시 담당 직원을 비롯해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기술경영연구소와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한국기술인협회, 산림조합중앙회, 제주연구원 등에서 전문가 10명이 참석했다. 도내 주요 도로는 물론 생활권 내 임지와 산림 등에 급속히 번지는 덩굴류 관리 방안에 대한 의견이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는 이날 단계별 제거 전략(안)도 제시했다. 지금까지 여름철에 집중됐던 덩굴류 제거 사업을 내년에는 1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바로 이전 해에 덩굴류 피해가 심했던 주요 도로변 중심으로 사업 대상지를 확정한 뒤 2단계로 2~3월 덩굴 뿌리를 제거하고 6~10월 친환경약제 등을 활용해 방제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도로관리과, 안전총괄과 등의 부서와도 협력 체계를 갖춘다.
제주도는 제주연구원을 통해 덩굴류 확산 사례를 조사하고 체계적인 관리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2025년도 제주연구원 정책연구과제'로 제안한 상태다. 오는 11월 중에 연구원 내부 심의를 통과하면 연구 범위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많은 양의 햇빛이 오래 계속될수록 번지는 속도가 빠른 덩굴류의 특성상 기후 변화와 맞물려 확산세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지지만, 행정 차원의 제거 사업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제주도 산림녹지과는 내년 관련 예산을 올해(약 2억9000만원)보다 두 배 늘린 5억원으로 잡았지만, 제주도가 도의회에 제출을 앞둔 내년도 예산안에는 절반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단계별 제거를 통해 덩굴류 관리 효과를 높이겠다는 제주도의 계획도 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제거 사업 대상지도 올해보다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덩굴류의 무차별적인 확산에도 손쓰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제주도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임지 내 덩굴 제거 사업에 대해선 산림청이 사업비 절반을 보조해 주고 있지만, 나머지 도로변 등에 대해선 자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현재 올해 하반기 특별교부세(지역현안) 사업으로 제거 사업비를 신청한 상태다. 정부의 보조 확대 등 건의를 통해 예산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덩굴류 확산세에는 기후온난화가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산림청은 보고 있다. 칡덩굴처럼 다른 나무에 기대어 자라는 덩굴류는 나무를 뒤덮어 햇빛을 막는데, 빛을 보지 못하게 된 나무는 결국 고사한다. 이처럼 자연 식생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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