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정부가 공공부문·대기업에 이어 중소·중견기업의 노동조합 근로시간면제(이하 타임오프) 기획감독 계획을 발표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방침이 노조 탄압에 목적이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31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불법적 급여지원·운영비 원조 등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오는 11월부터 한 달간 약 2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한다.
이번 기획 근로감독은 실태조사 결과 위법 여부가 의심되는 사업장과 부당노동행위 신고·제보 및 노사갈등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하며 이전과 달리 민간 중소·중견기업까지 감독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전제로 시행된다.
지난해 공공부문·대기업 중심으로 약 202개소 기업을 대상으로 기획 감독을 실시한 결과, 타임오프 한도 초과 및 불법 운영비원조 관련 다양한 위법사례가 확인된 데 따른 방침이라는 것이 노동부의 입장이다.
타임오프는 노조 활동을 위한 시간을 임금손실 없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의 감독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업 117개, 민간기업 85개를 감독한 결과 109개소(공공 48·민간61)에서 타임오프 초과, 불법 운영비 원조 등의 분야에서 위법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이 중 107개소에서 시정 조치를 했고, 2개소는 수사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이번 점검에서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취급, 노조설립 방해 및 탈퇴 종용 등 노동3권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집중 감독도 이뤄진다.
이에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근로감독의 취지가 의심되며 지난 근로감독이 사용자 측에게 유리하게 이뤄진 만큼 정부가 본격 ‘노조 때리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전날 입장문을 발표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아 극한까지 내몰린 정부가 위기상황을 모면하고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한 ‘정권보위용 기획감독’을 펼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이뤄진 노조 근로감독에 대해서도 “일부 사례를 부풀려 노조를 부정부패세력으로 매도하고 시정사례를 소개해 사용자에게 노조탄압의 명분과 방법을 제시했다”며 “그 결과 순조롭게 교섭을 체결해왔던 사업장에서조차 임금과 단체협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현장의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타임오프를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에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타임오프 근로감독은 국제노동기구 (이하 ILO) 협약 위반”이라며 “ILO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에 따르면 정부가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며 특히 타임오프 제도는 노사가 자율 결정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타임오프 근로감독은 현장에서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며 “노사 자율로 결정한 타임오프를 사용한 노조간부를 ‘무더기 해고’했던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짚었다.
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공공연맹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타임오프 사용자 311명의 근태를 전수조사했다.
이후 공사는 이들을 무단결근, 이탈, 지각을 이유로 34명을 파면·해임했으나, 지난 8월 2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처) 역시 지난 8월 19일 정부의 타임오프제 시정지시가 노조 자주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내놓은 바 있다.
입법처는 지난해 이뤄진 노동부의 근로감독에 대해 “전수조사도 아닐 뿐더러 의심 사업장 중심의 조사임에도 마치 타임오프제 관련 노조의 운영 자체가 상당비율 문제 있는 것처럼 의미가 전달될 우려가 있다”며 “그 내용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본래 취지에 역행하는 행태로 여겨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현장에서 타임오프 제도는 도입 목적 자체가 왜곡돼 사용자의 노조 옥죄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그걸 막아야 할 정부는 오히려 사용자 편에 서서 타임오프 제도를 악용해 노조탄압과 파괴를 위한 폭정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타임오프 제도가 시급히 개편돼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관리감독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국노총은 “부당노동행위제도는 사용자에 의한 노동3권의 부당한 침해행위를 저지하고 개별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그러나 정부는 거꾸로 노사가 자율교섭을 통해 결정한 합의사항을 불법 지배·개입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면서 부당노동행위 제도 자체를 왜곡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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