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이러시면 (전단지들을) 드론으로 보낼 겁니다. 요즘 장비가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던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최성룡 대표는 이를 저지하는 김경일 파주시장 등 관계자들과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31일 오전 파주 임진각 인근 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선 대북전단 공개 살포를 예고했던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인 파주시와 경기도 관계자,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뒤엉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 속에 예고됐던 대북전단 살포는 취소했다. 하지만 최 대표와 이날 함께 동행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등은 대북전단 살포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파주 인근 주민들 강하게 반발
“대북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이날 현장엔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먼저 자리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했다.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 겨레하나, 진보당 등 관계자들은 경찰 800명 이상이 배치된 현장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어 접경지인 통일촌, 해마루촌, 대성동 세 마을 주민들이 트랙터 10여 대를 앞세워 현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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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몰고온 트랙터엔 ‘북한의 소음방송, 괴로워서 못 살겠다’, ‘주민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민통선 북쪽 접경진 마을인 통일촌의 박경호 청년회장은 "여러 차례 이러한 전단살포와 접경지역을 긴장시키는 행위로 인해 주민들은 생업을 접고 이러한 행위를 막고자 이 자리에 있다"며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최성환 장단면 주민자치회장도 북한의 대남방송과 오물풍선 살포 이후 “우리 지역은 일상 생활 자체가 통제되고 영농활동 중단, 안보관광 중단 등 여러 피해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자리엔 김경일 파주시장 등 시, 도 관계자들과 인근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참석했다.
김 시장은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테러 행위"라며 "지금부터 민주 시민의 자격으로 실정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민권 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는 파주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며 “즉각 퇴거”를 명령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드론을 이용해 날릴 것'
“사법경찰과 도지사가 살포행위를 하지 말라고 협박해 행사를 취소합니다.”
최 대표는 주민들의 집회가 끝난 후 바로 옆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최 대표는 전날까지도 BBC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한국 정부 모두에게 납북자 문제를 알리기 위해”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1967년 서해에서 납북된 최원모 씨의 아들인 최성룡 대표는 “북한에 납북자 문제를 알리기 위해 2013년까지 대북전단을 살포”해왔지만, “박근혜 정부 때 북한과 대화를 해본다고 자제 요청을 해서 중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이제껏 "진전이 없었다"며, “납북자 문제에 관심 없는 한국과 북한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공개적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강경한 입장을 취함에 따라 최 대표는 결국 이날 예정된 살포를 포기하며 추후 “드론을 이용해 다시 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도와 파주시는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해 특별사법경찰, 파주시청,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 인력 약 1000여명을 동원했다.
최씨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바로 뒷편에선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여 “대북전단 살포 중단하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한 시민단체 회원은 기자회견장을 향해 난입하려다 경찰에 의해 연행되기도 했다.
최씨는 이같은 반대 여론에 대해 “시민들도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그분들이 저를 비판해도 이해를 한다”면서도, “경찰이나 도지사, 파주시장들이 우리를 막는 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를 중단하면 우리도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입장도 갈려
일부 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에 대한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라 한동안 대북전단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통일부 등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관련 지자체에선 주민 피해를 우려해 위험지역 지정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통일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납북자 관련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BBC의 질문에 "입장에 변동이 없다"며 "전단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재 결정 취지 고려한다는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반면 해당 지역 지자체들은 강하게 반대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김성중 부지사는 이날 오전 “네덜란드 순방 중인 김동연 지사가 지시를 내렸다”며,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민 안전을 최우선 도정 목표로 정하고’, ‘비상근무 실시’, ‘파주 이외의 대북전단 발송 가능지역에 대한 순찰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특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인천 강화군은 이날 오전 11월 1일부터 강화군 전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한다고 발표했다. 강화군은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북한의 오물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유발했다며 원천 차단해달라는 주민들 건의가 있었다”며 이유를 밝혔다.
경기도는 앞선 15일 파주, 연천, 김포 등 접경지 3개 시, 군을 위험지역으로 설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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