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한 뒤 이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러북 간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이후 강화되고 있는 러북 군사협력이 역내 불안정을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러북 군사협력이 군사물자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까지 이어진 점을 한 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하고, 이 사안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긴밀히 공조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제55차 SCM 공동성명에서 북러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표현한 것에서 한층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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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미는 “향후 연합연습에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SCM 공동성명엔 “향후 연합연습 시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가 담겼었다. 1년 만에 ‘논의해 나간다’에서 ‘결정했다’로 크게 진전된 것이다.
한미 연합연습 시나리오는 북한의 기습 남침 상황을 가정한 한미 연합군의 전시 작전계획을 바탕으로 만든다. 한미가 이 시나리오에 북한의 핵 사용을 반영한다는 건 향후 전시 작전계획에도 북한의 대남 기습 핵공격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최초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6.25전쟁 이후 줄곧 북한이 전차를 몰고 남침하는 등의 재래식 공격 상황을 가정해 실행되던 작전계획이 북한의 핵 고도화에 따라 핵공격을 가정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주장하며 한국에 대한 핵 타격 위협을 높이고 있지만, 한미의 대규모 훈련 시나리오에는 정작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상황이 포함되지 않았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공격 상황과 대응을 한미 작전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한미의 노력이 이번 SCM을 계기로 본격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향해 줄곧 요구해왔던 ‘비핵화’라는 단어가 빠져 주목된다. 비핵화 문구는 과거 SCM 성명에 간간이 등장하다가 2016년 48차부터 지난해 55차에 이르기까지 매번 포함됐는데 9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이번 SCM 공동성명 북핵 관련 조항에서 작년까지 사용했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라는 목표가 빠지고 북한의 핵 개발을 ‘지연시킨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당장 ‘완전한 비핵화’가 힘든 만큼 ‘핵 위협 억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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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같은 내용의 SCM 공동성명 발표 5시간 만인 이날 오전 7시10분께 평양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 고각으로 발사한 ICBM은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발사한 ICBM은 ‘적에 대한 대응의지를 알리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합참은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불법적 도발을 지속 감행하고 있다”면서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연합 공군은 항공기 110여대를 동원한 공격편대군 훈련을 진행하면서 북한 이동식 발사대 표적을 타격하는 정밀폭격훈련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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