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본토를 위협하는 ICBM을 앞세워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러시아를 위한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다른 이슈로 돌리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위한 군사적인 치적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오전 평양 일대에서 고각으로 발사한 ICBM은 100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군은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ICBM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최근 공개된 12축짜리 이동식발사대(TEL)가 쓰였는지도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발사 이후 처음이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북한이 쏘아 올린 ICBM의 비행시간은 86분, 최고 고도는 7000㎞ 이상으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작년 12월에 쏜 것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합참은 최고 고도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한·미·일 3자 간에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과 유사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북한의 ICBM 발사는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이 발표되고, 약 5시간 후에 이뤄졌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안보협의회의를 개최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러·북 군사 협력이 군사 물자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까지 이어진 점을 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하고, 이 사안에 대해 국제 사회와 함께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러·북 간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이후 강화되고 있는 러·북 군사 협력이 역내 불안정을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양 장관은 불법 무기 거래와 첨단기술 이전을 포함한 러·북 군사 협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이번 ICBM 발사는 북한이 강대강으로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나왔던 강경한 방향성에 대해 반발"이라고 평가했다.
다음 달 5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대선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높다.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누가 대선에서 이기든 '핵보유국' 북한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 대선 막바지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북·미 간 '핵군축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북한은 연말·연초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는데, 군사적인 치적이 필요하다. 북한 파병 군인 가족들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ICBM이라는 다른 이슈로 시선을 돌리는 효과도 기대했을 것"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남용이 아니기 때문에 조만간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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