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시장을 두고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할랄 푸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만들어진 식품으로 무슬림이 먹는 음식이다. 무슬림은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며 시장 규모는 4200조원에 달하는 만큼 국내 대표 제빵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허진수 SPC그룹 사장이 리팅한(Lee ting Han)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투자무역소비자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할랄 인증 제빵 공장에 대해 논의했다. SPC그룹은 현재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주에 할랄 인증 제빵 공장을 두고 있으며 올해 가동을 앞두고 있다. SPC는 해당 공장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할랄 시장을 공략하겠단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SPC가 상당히 공을 들이는 국가다. SPC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1호점을 오픈했고 현재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총 7개 파리바게뜨를 운영 중이다. SPC는 연내 5개 이상의 신규점을 출점시킬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는 인구 3400만명에 지리적 요충지로 평가받는 국가다.
업계에서는 SPC가 말레이시아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가 '뚜레쥬르'가 실패한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 뚜레쥬르는 2011년 말레이시아 제빵 시장에 도전했다가 2017년 철수한 바 있다. 뚜레쥬르가 없는 만큼 말레이시아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또 할랄 푸드 최대 시장이자 요충지인 인도네시아를 뚜레쥬르에게 뺏긴 영향도 적잖게 작용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인도네시아에서도 K-베이커리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승기는 뚜레쥬르가 잡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진출 시기부터 뚜레쥬르는 2011년, 파리바게트는 2021년으로 무려 10년 차이가 난다. 매장 수도 뚜레쥬르가 60개, 파리바게트는 9개로 차이가 크다.
뚜레쥬르는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국민 빵집'으로 불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뚜레쥬르는 현지에 할랄 인증 공장을 두고 있으며 현지 소비자들의 소득에 맞춘 가격을 앞세워 인도네시아를 공략하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인니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출점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아시아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K-베이커리로서 뚜레쥬르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을 뚜레쥬르에 뺏긴 건 파리바게트 입장에선 뼈아프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7700만명으로 세계 4위에 인도양과 태평양을 끼고 있는 무역 요충지로 평가받는 국가다. 할랄시장은 물론 동남아시아 진출에 인도네시아를 장악하는 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뚜레쥬르의 매출은 전년대비 약 20% 증가하며 진출 이래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난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2년 연속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진출 시기가 늦어 인도네시아를 뺏긴 만큼 다른 할랄 시장만큼은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SPC는 뚜레쥬르가 진출하지 않았거나 영향력이 아직 크지 않은 국가를 위주로 확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 제빵 공장을 세우면서 확장에 속도를 내는 것도 선점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SPC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또 다른 할랄 시장은 중동이다. SPC는 지난해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 진출을 본격화했다.
허진수 SPC 사장은 "할랄 시장은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사업에 있어 전략적 중요성이 큰 시장이다"며 "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파리바게뜨는 2033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뚜레쥬르의 경우 중동 시장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CJ푸드빌이 제출한 연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뚜레쥬르 해외법인 매출 합은 1696억원으로 2022년 1349억원 대비 25.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2022년(161억)억원보다 2.48% 증가했다. 파리바게뜨도 지난해 해외에서 534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7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미국 법인의 당기순손실은 33억원을 기록 중이다. 그밖에 싱가포르 법인은 66억원, 베트남 17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해외 공략법을 펼치고 있다"며 "파리바게뜨는 과감한 투자를 통한 빠른 시장 선점 전략을 주로 펼치는 반면 뚜레쥬르는 수익성을 고려해 진출 및 확장 속도를 조절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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