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도시 뉴욕과 LA 두 팀의 월드시리즈 쟁탈전을 직접 보기 위해 열성적인 야구 팬들이 경기장을 찾은 가운데, 한 선수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LA로 몰려드는 팬들도 있다.
LA 교외 리틀도쿄 지역의 사람들은 이를 ‘오타니 효과’라고 부른다.
이 유서 깊은 동네에는 LA 다저스의 스타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45m 높이 벽화가 그려져 있다. 팬들이 입은 유니폼에는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야구는 ‘미국인의 스포츠’로 유명하지만, 가장 유명한 스타는 일본에서 온 것이다. 오타니 선수는 이번 시즌에 기록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10년간 무려 7억달러(약 9656억원)짜리 계약이다.
오타니를 둘러싼 열기가 계속 뜨거워지면서 다문화 성향이 강한 LA 지역에 새로운 팬과 새로운 전통이 생겨나고 있다.
각종 사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스타 선수의 모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이다.
매장 안에 수십 대의 TV를 놓고 다저스 경기를 틀어놓는 '파바'(Far Bar)의 주인 돈 타하라는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고 홈런을 치면 일본 술(사케)을 따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홈런이 터지면 수백 명의 팬들에게 공짜 술이 제공된다.
대량의 사케가 무료인 것이다. 오타니는 이번 정규 시즌 동안 54개의 홈런을 쳤지만,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경기에서는 아직(3차전까지) 홈런을 치지 못했다.
“(홈런이 나오면) 다저스에겐 좋은 일이지만 제 주머니 사정에는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고 제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파바는 월드시리즈 기간 동안 문전성시를 이뤘다.
타하라는 최근 세상을 떠난 다저스의 전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기리기 위해 다저스 로고가 새겨진 일본식 떡 모찌와 마가리타 샷을 무료로 제공했다.
멕시코 태생의 왼손잡이 투수였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모습도 리틀도쿄 건너편 보일하이츠 지역의 벽화로 영구히 남게 됐다.
벽화가 로버트 바르가스는 발렌수엘라를 그리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파바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바르가스가 파바에서 돈을 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리틀도쿄 미야코 호텔에 오타니의 벽화를 그려 넣은 덕분에 오타니만큼이나 사랑받고 있다.
바르가스는 “나는 평생 다저스의 팬이었다”며 오타니를 그린 것은 “상징성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벽화는 일본 관광객들이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버스를 타고 찾아오는 인기 명소가 됐다.
다카타니 키우치는 LA 중심부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2차전을 보기 위해 일본에서 찾아왔다. 친구들과는 파바에서 함께 3차전을 관람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저스와 오타니 유니폼으로 도배하고 LA와 전 세계에서 온 팬들을 만났다.
다카타니는 “우리는 다저스의 새로운 팬이다. 도쿄에서 왔다. 우리에게는 월드시리즈보다 양키스 대 다저스의 경기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다저스의 또 다른 일본인 스타 선수,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6이닝 동안 양키스에게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하며 호투를 펼쳤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다카타니는 50년 전 어렸을 때 LA에 온적이 있다며, 다저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꼭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타니는 3차전에서 다저스의 프레디 프리먼이 홈런을 치자 “바로 이걸 보러 왔다”며 환호했다. 바의 관중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도시 관광청도 환호하고 있다. 2023년 일본에서 LA를 방문한 사람은 23만 명으로 2022년 대비 91.7% 증가했다.
LA 관광청의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 빌 카츠는 연말까지 32만 명의 방문객이 더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팬데믹 이전보다는 여전히 적지만, 관광청 관계자들은 이 같은 증가세를 반기고 있다.
카츠는 “오타니 효과는 진짜”라며, “도시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 영향으로 호텔 투숙률,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지역 테마파크의 티켓 판매율, 다저 스타디움 투어가 증가했으며, 일본어 투어도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일부 열성적인 양키스 팬도 오타니 열풍에 동참했다.
빈스 곤잘레스는 다저스 블루 일색인 곳에서 일본 대표팀을 상징하는 검은색과 빨간색의 ‘오타니’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바에서 일본 관광객들과 어울리면서 “나는 사실 양키스 팬”이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오타니의 팬이라는 거죠. 일본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으니까요.”
3차전이 다저스의 승리로 끝나자 파바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스피커에서는 “LA를 사랑해”(I love LA)가 흘러나왔다.
벽화를 그리는 로버트 바르가스는 슬그머니 자리를 뜨려다 실패했다. 일본에서 온 한 여성이 바에서 달려나와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바르가스는 흔쾌히 응했고, 곧 수십 명의 사람들이 그와 함께 포즈를 취하며 “다저스, 파이팅!”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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