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 김택규 회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안세영이 지난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 달성 이후 인터뷰에서 배드민턴협회의 행정을 지적한 것을 계기로, 8월 12일부터 조사단을 꾸려 국가대표 관리, 제도 개선,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 협회 운영 실태 및 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조사했다.
조사단에는 문체부 직원뿐만 아니라 스포츠과학원 연구진,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 회계법인과 노무법인 관계자가 참여했다. 조사 과정에서 국가대표 선수 총 51명 중 국제대회 일정, 전국체전 준비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15명을 제외한 36명의 개별 의견을 청취했다. 이 중 김학균 감독, 안세영도 포함됐고,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안세영 선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마케팅 전문가,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실업팀 관계자, 전(前)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등의 의견도 수렴했으며 김택규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협회 관계자를 대면 조사했다.
김택규 회장의 경우 9월 26일 대면조사 현장에서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간 이후, 조사단은 조사 종료 시점을 10월 12일에서 10월 31일까지 연장하는 등 김 회장과의 대면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조사 기간 내내 전국체전, 체육단체 국정감사 준비, 국내 배드민턴대회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고, 11월 4일에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단은 김 회장의 의사에 따라 조사 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것을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 노무법인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대면조사를 수차례 요청하였음에도 당일 취소, 거부 등의 사유로 결국 조사하지 못한 사실, 협회 조사 결과에 대해 1개월간의 이의신청 기간을 부여하고, 해당 기간 동안의 의견 제출 권리 보장 등을 고려해 김 회장의 대면조사 없이 사무검사 및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을 종료했다.
먼저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의 보조금법 위반 사항에 대해 위반액 환수 절차 착수 및 수사 의뢰를 의뢰했다.
문체부는 앞선 9월 중간발표에서 배드민턴협회는 문체부가 예산을 지원한, 대한체육회가 공모해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승강제 리그와 유청소년 클럽리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2023년 김택규 회장과 김 회장이 임명한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주도로 후원사에 물품을 구입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장이 후원사에 후원 물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조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실제 수령한 셔틀콕, 라켓 등은 1억5000만원이며,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지역별 물량을 임의로 배정하면 후원사가 지역 배드민턴협회로 배송하는 체계로,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만 약 4000만원 상당의 용품이 배분됐다.
문체부는 "2024년에는 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후원사로부터 약 1억4000만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받기로 서면계약을 체결했고, 현재도 공문 등 공식 절차 없이 임의로 배부되고 있으며, 보조사업의 목적과 무관한 대의원총회 기념품 등으로 일부 사용되고 있다"고 알렸다.
이와 관련해 이정우 체육국장은 "특정 지역에 4000만원 이상 배분, 제일 적게 후원받은 곳은 3만원 배분 된 곳도 있다. 기준이 전혀 없다"면서 "(후원 물품 배분과 관련해) 이사회나 총회에서 정해진 바가 없이 임의로 배분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기 때문에, 협회에서 설명한다 하더라도 위법성을 소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승강제리그과 유청소년 클럽리그 사업, 협회 임원의 운영업체에 수수료 지급 등 보조금법 위반 사항에 대한 보조금 환수 사전 절차로 10월 30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이후 보조금 부정수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반환액과 제재부가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보조금법상 위반액의 반환 책임은 보조사업자인 대한체육회에 있으며, 대한체육회는 간접보조사업자인 대한배드민턴협회로부터 이를 반납받을 수 있다. 후원 물품 횡령, 배임 의혹에 대해서는 10월 29일, 송파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또한, 보조금법 위반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회장에 대해서는 '해임'을,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문체부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단의 의견 최대한 반영, 낡은 관행을 혁신하고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안세영은 인터뷰 당시 부상 관리에 대한 부분을 가장 크게 비판한 바 있다.
문체부는 "부상 진단, 재활 및 치료 과정에서 선수가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선수의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알렸다. 문체부에 따르면 현재는 부상 관리 관련 규정 및 지침이 없으며, 부상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결정하는 체계로 진행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부상 관리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가 존중받기를 희망했다.
둘째, 진천선수촌의 진료 공간 확대(침대 15개→25개)와 물리치료사 증원(14명→24명), 진료 시간 연장(물리치료실 평일 종료시간 21시→22시)을 추진한다. 선수촌은 선수들의 수요에 비해 의료진과 공간이 부족해 특정 시간 몰림 현상, 치료 지연이 있었다.
아울러, 내년부터 진천선수촌에 입촌할 때 국가대표 선수들이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메디컬 체크를 신설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부상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주말과 공휴일 외출, 외박 규제와 청소, 빨래, 스트링, 외출 시 선배 선수 보고 등 부조리한 문화 개선에도 힘쓴다. 현재는 선수들이 훈련이 없는 주말과 공휴일 외출, 외박을 하려 할 때 지도자(감독)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확인 결과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문체부는 주말과 공휴일 외출, 외박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국제대회 임박 또는 전염병 등 특별한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청소, 빨래, 스트링, 외출 시 보고 등 부조리한 문화는 안세영이 건의서를 전달한 2024년 3월 시점을 기준으로 여성 선수단 내에서 거의 없어진 것을 확인했으나, 남자 선수단 내에서는 아직 일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가 올해 9월 '강화훈련 운영지침'을 개정해 사적 용무 지시를 금지한 만큼, 문체부는 내년부터 반기별로 전체 국가대표선수단을 대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작년 4월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의무화된 새벽훈련(주 4회, 06:00~07:30), 산악훈련(월 2회, 금요일 15:00 이후)이 훈련 효과가 불확실하고, 부상의 위험만 높인다는 선수단의 의견을 반영해 폐지를 추진한다. 앞으로는 각 종목 선수단이 그 시간에 각자의 상황에 맞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변화할 예정이다.
또 배드민턴 국가대표 단식과 복식 맞춤 훈련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지도자를 증원(8명→14명)하고, 스포츠과학 지원을 강화한다. 선수들은 '코치진 인력 부족으로 막내들은 자기들끼리 운동', '다른 국가는 준비운동부터 체계적으로 진행하는데, 우리는 동일한 방식 고수' 등을 지적한 바 있다.
모든 종목에서 국가대표 훈련 시 선수 개인 트레이너의 참여가 허용될 수 있도록 제도도 손질한다. 배드민턴 선수단 의무트레이너 증원(2024년 4명→2025년 6명)과 처우 개선(2024년 월 305만 원 → 2025년 330만 원)을 추진한다. 현재 선수 개인 트레이너의 국가대표 훈련 참여 관련 제도는 없는 상황이며, 대부분의 종목에서 사실상 불허하고 있다. 반면, 축구는 2023년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관련 제도를 마련한 바 있다.
아울러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곧바로 선수촌에 입촌하지 않고 일정 기간의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개선한다. 현재는 국제대회 종료 직후 바로 선수촌에 입촌하는 경우가 많아 선수들이 시차 적응과 몸 관리 필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또 양극화가 심했던 국가대표 선수단의 전략적 국제대회 출전을 지원한다. 1진 선수들은 너무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있으며, 일부 선수는 선수 생명의 단축을 걱정하고 있었다. 반면, 2진 선수들은 '국제대회 출전 기회가 거의 없는 국가대표 선수'라는 목소리를 냈다. 중국, 대만 등 다른 나라들과 같이 대회 등급에 따라 1진과 2진 선수들을 전략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우리 선수단이 당장의 성적에 급급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수단 전체의 경기력을 강화하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이룰 수 있도록 배드민턴 국가대표선수단이 계획을 수립해 오면, 예산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얘기했다.
또 배드민턴협회가 국가대표선수단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지도자의 의견을 반드시 청취하도록 절차를 개선한다. 현재는 국가대표팀 훈련계획 등을 결정하는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선수단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어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에만 있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선수 권익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첫째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을 없앤다.
먼저, 국가대표 선수가 자비(소속팀 지원 포함)로 해외리그, 해외 초청 경기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제한을 폐지한다. 다른 올림픽, 아시안게임 종목(44개 종목)은 이러한 제한이 없는데, 배드민턴만 유일하게 규제하고 있던 실정이었다. 또한, 국가대표 활동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나이(남 28세, 여 27세) 이상인 비국가대표 선수만 국제대회를 출전할 수 있도록 한 규제도 폐지한다.
문체부는 "중간발표 이후 선수단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은 기존의 '직업행사 자유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국가대표 선수가 자비로 국제대회를 경험하고 경기력을 강화할 기회조차 금지하고 있으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선수가 '세계랭킹 관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문체부는 시정 권고(9. 12.)를 했음에도 협회가 미온적인 입장(9. 27.)을 보여 시정을 명령했다.
둘째, 후원 계약 관련 선수의 권리를 강화한다. 선수가 경기력과 직결된 라켓, 신발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협회는 최근 후원사와의 계약 변경이 완료될 때까지 안세영의 경기화에 대해 한시적, 제한적, 예외적인 자율권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경기용품의 선택권은 협회가 특정 선수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의 보편적 권리'라고 보고 협회와 후원사 간 협의가 미온적이거나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 직접 조정할 방침"이라고 짚었다.
또한, 국가대표 유니폼에 선수의 후원사 로고가 노출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협회 규정이 국가대표 유니폼에 노출할 수 있는 5개의 로고 중 1개는 선수의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현재는 5개 모두 협회 후원사를 노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회는 기존 후원사 계약이 종료되는 2025년 3월 이후 선수의 권리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계약종료 전에도 선수가 원하는 경우에는 규정대로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셋째, 배드민턴 복식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개선한다. 문체부는 "현재는 경기력 70%, 평가위원의 평가점수가 30%인데, 경기력 측정은 '실력보다는 운이 크게 작용'하고, 주관적 평가는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선발'을 가능케 하여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국가대표선수단 의견 청취, 실업팀 관계자,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등 다양한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주관적 평가 폐지, 최상위 국제대회를 출전할 자격을 가진 세계랭킹 32위까지 선발전 면제, 유망한 신인선수 발굴을 위한 주니어 국가대표(23세 이하 등) 별도 선발 등 개선안 도입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협회가 이를 받아들여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개선하는 경우, 문체부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수를 현재 38명에서 48명으로 늘릴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선수 선발 사항을 정부가 결정하는 것보다 협회가 스스로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선수 증원은 변화의 과정에서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하는 선수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넷째, 배드민턴 선수 연봉과 계약기간도 개선한다. 문체부는 중간발표 이후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과 실업팀 관계자 회의를 개최하고, 연봉 학력 차별 폐지(현재 최고연봉 고졸 5000만 원, 대졸 6000만 원), 계약기간 축소(현재, 고졸 7년, 대졸 5년, 해당 기간에 군 복무기간 불포함), 연봉인상률 제한 폐지(3년간 연 7% 미만 인상), 우수 선수에 대한 최고연봉과 계약기간 예외 인정 등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고연봉은 대졸 수준으로 일원화하되, 유지하기로 했다. 최고연봉이 실업팀 예산 책정의 기준점이 되어 아직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은 선수들의 처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측면이 있는데, 폐지하는 경우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실업팀 23개 중 15개가 지자체 소속팀인 점을 고려해 유인촌 장관은 10월 29일, 시도 체육국장 회의에서 지자체가 실업연맹의 자발적 개선에 동참하도록 당부했다. 문체부는 "개선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섯째, 국가대표 선수 징계도 개선된다. 문체부는 '협회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 시 징계' 등 불합리한 징계에 대해 9월 12일 '즉각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협회는 9월 27일 '차기 이사회에 상정하여 즉시 개정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고, 문체부가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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