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국제투자분쟁 해결 절차(ISDS) 사건 판정문의 비공개 내용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판정문 공개 범위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갈렸다.
서울고법 행정3부(정준영 김형진 박영욱 부장판사)는 31일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송 변호사는 "막대한 예산 지출을 해야 하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행위 책임자들의 이름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임자들에게 어떠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판정문에 책임자들의 이름이 나와야 하고 그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법무부가 판정문 공개 범위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을 사법부가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측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입장을 고수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측에 론스타와 어떠한 내용으로 합의해 판정문 비공개를 결정했는지 관련 문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고, 한 차례 변론기일을 더 열기로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2월19일이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사이의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950만달러(약 6조4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ISDS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10년만인 2022년 8월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같은해 9월 판정문을 공개했는데 비공개 면담 내용과 공무원들의 이름, 하나금융 관계자의 이름 등은 가렸다. 이에 송 변호사는 판정문에 비공개 처리된 관련 책임자와 하나금융지주 관계자의 이름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5월 1심은 "주한미국대사와의 비공개 면담 내용은 비공개가 적법하고, 하나금융 이사장 이름 등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아 공개가 필요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국민적 관심을 끌어왔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중재판정에서 일부 패소함에 따라 거액의 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된 점을 감안한다면, 위 정보들은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성이나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1심 판결에 항소했다.
송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 대해 "막대한 국가 재정 지출을 초래하는 국제중재 사건에서 책임 당사자를 규명하는 판정문 공개는 매우 중요하다"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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