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외과도 실손보험에서 수익이 많이 생기지 않으면 아마 척추 관절 병원 반은 문 닫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13년 전 개원 초기에 비급여 재료, 시술 거의 안 쓰고 수술 한 달에 100건 정도 했는데 수술할수록 적자가 커지더군요. 환자 수가 지금의 3배 가까이였는데 적자가 가장 컸던 해였습니다. -60대 초반 모 정형외과 전문병원장
정부의 의료 개혁이 중소형 병원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개혁으로 국가 재정과 건강보험을 합쳐 3년간 30조원 이상 투입되고 상급종합병원의 지원 혜택은 확대된다. 하지만 이 결과 1차 병원으로 경증 환자가 쏠리면서 경영 위기가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의료개혁 1차 과제로 발표했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정책 구상 자체는 중증·응급·희귀 질환 등 필수의료 강화에 맞춰져 있다. 중증 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중증수술·마취행위 910여개 항목의 수가를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중증 환자 비중 상향 목표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하면 인센티브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일부 대형 병원만 혜택을 받고 1차 병원들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30일 여성경제신문이 깐깐한 팩트 탐구를 통해 정부의 상급병원 구조전환 사업을 점검한 결과 경증 환자가 대형 병원에 몰리는 쏠림 현상과 응급실 뺑뺑이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형병원이 아닌 중소형 병원의 재정 형편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으로 분석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선택진료 폐지 후 의료질평가를 통해 인센티브 지급을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며 의료기관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전례가 있다. 1963년부터 시행된 선택진료 제도는 환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대표적 비급여 항목이었다. 단순히 진찰비만이 아니라 수술비, 마취비, 영상판독비, 방사선치료비, 방사선혈관촬영비 등에도 적게는 15%, 많게는 60%까지 추가돼 환자들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문재인 케어' 도입과 함께 폐지됐지만 대학병원 유명 교수 '쏠림현상 심화'란 부작용이 따랐다. 이번에도 대형병원 중증질환 수가 인상으로 일부 의료기관이 집중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1차 의료기관 경영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한 의료인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케어 결과 유명 교수 왕진에 5~6 간호사 팀이 붙어 환자 한 명당 1~2분의 상담이 이뤄지는 광경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일이 아닌 현실이 됐었다"며 "정부 통제로 경증 환자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라도 전체적인 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부작용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동일한 7.09%로 결정한 것은 "국내 보험은 단기보험 형태이기 때문에 연간 수지 균형의 조건을 맞춘다면 문제가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으로 대형병원 중심의 수가를 올리는 행위가 그만큼 다른 수가 항목들을 낮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는 '제로섬' 수준의 효과를 제공하는 반면 경증 환자가 대부분인 1차 병원들은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더해 '실손보험 간소화'가 시행되면서 금융 또는 의료 당국의 비급여 통제가 용이해져 정부 지원 사업에 끼지 못한 중소형 병원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파산한 의료법인은 8곳으로 이미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파산한 의료법인 8곳 가운데 5곳은 부산 2곳, 대전 2곳 등 지방에 집중된 점을 미루어 보면 지역 중소형 종합병원일수록 앞으로 병원 경영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이 1조9436억원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병원 도산을 막기 위해 2조원 가량을 선지원한 것을 두고 '준비금은 진료비 부족 시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 위반이란 비판도 나온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 위반으로 본다"며 "의대 및 대학병원 등에 지원해서는 안 된다. 정부 예산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고 지원은 미루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빼 쓴 행태에 대해선 비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개정된 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는 건강보험 수입의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하지만 2024년인 올해까지도 지원율은 14.4%인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병원 한 교수는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경영난을 겪는 1차 병원들이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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