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수민 기자] "11월 초까지 기온이 더 안 내려가면 곤란합니다.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고민입니다."
최근 만난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따뜻한 가을 날씨가 내년에도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의류 단가가 매겨지는 가을과 겨울은 패션업계 대목으로 통하지만, 올해는 지속된 늦더위로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기상청이 발표한 9월 기후특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기온은 24.7도(평년 20.5도)를 기록했다. 197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1위 기록이다. 올 가을이 근 30년 중에 가장 더웠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이상기후 문제가 국내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패션·가전업체들은 특히 달라진 소비 지형도를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다. '계절특수'에 맞춰 판매 전략을 짜왔던 유통업계는 최근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 수요에 맞춰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0.9% 감소했고, 온라인은 15.7% 상승했다. 유통업체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했다.
상품군별로 보자면 오프라인에서는 가전/문화(17.9%)가 증가한 반면, 추석 시점 차이와 늦더위 등으로 식품(△3.4%), 패션/잡화(△5.0%) 등은 감소했다. 온라인 기준으로도 늦더위에 계절가전 판매로 가전/전자(18.1%)는 증가했고, 패션/의류(△16%)는 감소세를 지속했다.
실제로 전자랜드의 지난 9월 에어컨 판매 수량은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했으며, 선풍기 판매 수량도 2배 이상 늘었다.
10월 초까지 평년 대비 높은 기온을 보였지만, 이달 중순부터 기온이 급하강하면서 최근에는 난방가전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이마트가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난방 관련 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간 대비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수매트의 매출신장률은 11일~17일 기준 전년 동기간 대비 매출이 2.3% 늘었으나, 18일~24일 기간 동안에는 무려 27%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보온성을 높인 극세사∙고중량 담요 등의 겨울 침구와 온열기, 찜질기, 전기방석 등 겨울시즌 소품 역시 전년동기간 대비 매출이 각각 15%, 11% 증가했다.
이마트 바이어는 “올겨울 강추위가 예상된다는 소식에 평상시 11월부터 진행하던 온수매트 할인 행사를 10월로 앞당겨 진행했고, 많은 고객들이 구매했다”고 말했다.
가전과 달리 가을 대목을 놓친 패션업계는 다가오는 겨울을 노리고 있다. 가을 늦더위에 고심이 깊었지만, 올 겨울 기록적 한파가 예상되는만큼 겨울 장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는 '대한민국 쓱데이' 할인 행사를 통해 인기 브랜드와 협업하여 다양한 아우터 상품을 내놓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1일부터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점포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프리미엄 패딩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겨울 옷을 미리 준비하는 고객들이 백화점을 많이 찾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노비스·무스너클·캐나다구스 등 보온성이 높은 프리미엄 패딩이 인기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