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예산 정국’을 앞둔 여야 정당들이 각각의 기조에 따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당론을 확정 지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폐지’, 조국혁신당은 ‘내년 시행’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금투세 관련 당론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한 대표와의 양자 회담에서 금투세 카드를 ‘협상용 카드’로 사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동훈 “민주당, 민노총 눈치 보며 금투세 당론 미루는 건가”
한 대표는 지난 29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의지를 밝힌 당정의 발표에 시장이 즉각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라고 금투세 폐지를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기국회 5대 분야 입법과제’ 발표 직후 코스피 지수가 막판 상승 전환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만약 민주당이 금투세를 강행하면 대한민국 증시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당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금투세 폐지를 위해 소득세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지난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장외투쟁에 도움을 받기 위해 금투세 당론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냐며 “민주노총 등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민주당이 (당론 결정을) 미루는 동안 한국 증시와 투자자가 골병이 들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한 대표는 “질문 하나 드리고 싶다. 혹시 민주당이 금투세를 이렇게 미루고 민심에 역행하면서 하는 게 민노총(민주노총) 때문에 눈치를 보는 건 아닌가”라며 “국민과 투자자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게 정상적 정치”라고 말했다.
민주당 ‘민생 해결 수권정당’ 굳히기에 나섰지만 금투세 결정은 ‘아직’
이처럼 국민의힘이 금투세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최근 정책 개발 기구를 띄우며 수권정당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면서도 금투세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결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금투세 보완 입법 후 시행하는 방안 추진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정태호 의원은 지난 28일 금투세 기본공제액 상향, 이월공제기간 두 배 연장 등이 담긴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발의자에는 정태호 간사를 비롯해 임광현·김영환·오기형·정성호·신영대·박홍근·김영진·윤호중·정일영·최기상 의원 등 기재위 소속 총 11명의 민주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법률안’을 비판하며 이 대표를 향해 “금투세는 도입하고 싶지만 ‘재명세’라는 비판은 받기 싫었습니까”라며 “그래서 소속 정당 의원을 금투세 화살받이로 내세운 것입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권 의원은 “민주당은 또 다시 1400만 개미투자자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이라며 “본인은 금투세를 유예할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더니, 정작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심지어 발의자 명단에는 ‘친명 좌장’이라는 의원까지 있었다”고 지적했다.
금투세 시행 여부를 두고 당내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폐지론자’인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금투세를) 깔끔하게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금투세에 관해서는 지도부에 결정이 위임되면서 유예 내지는 폐지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만일 유예한다면 1~2년 유예는 별 의미가 없으므로 한국 증시가 실질적으로 선진화될 경우를 조건으로 하는 등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유예’인데, 그런 와중에 결론이 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있어 답답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참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투세 시행을 강경하게 주장해 온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말끝마다 1400만 개미투자자 운운하며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제 개미투자자 그만 팔아먹으라”고 밝혔다.
진 위의장은 “투자 손익 여부를 떠나 주식을 팔기만 하면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한 해 5000만 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내는 사람에게 그 초과분에 대해서만 투자소득세를 내도록 하자는 것이 금투세”라며 “금투세는 후진적인 우리 금융세제를 선진화하고 소액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정책·전략 수립을 위한 ‘집권플랜본부’ 회의에서 ‘민생’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정작 금투세에 대해선 결정을 미루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집권플랜본부 회의에서도 김병욱 전 의원이 “금투세를 시행하지 않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 등 법적 환경을 정비해 나가겠다”라며 공개적으로 시행 반대를 주장했지만 김민석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철저하게 김 전 의원 개인의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처럼 개별 의원들의 공개 발언과 ‘금투세 정책 디베이트’를 거치며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온 만큼 결단은 이제 이 대표의 몫이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금투세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을 두고 김건희 특검법과의 맞교환을 위한 ‘협상카드’ 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금투세 당론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이르면 11월에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1일 “대통령이 예산 관련 시정 연설을 10월 하순에 하고 예산안을 본격 논의하게 되는데, 예산 부수 법안을 논의하면서 금투세도 같이 논의된다”라며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앉기 전에는 당 입장이 정리돼야 하니 그런 시점을 고려하면 된다”라고 전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 ‘금투세법 개정안’ 당론 발의…“금투세 유예하면 민주당 자책골”
조국혁신당 정책위부의장인 차규근 의원은 지난 30일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황을 두고 “유예는 민주당의 자책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역사의 시계를 4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고 국회의 신뢰를 허무는 일이라는 점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 당이 오늘 발의하는 금투세법 개정안을 계기로 우리 국회가 금투세 시행 여부를 조속히 결론지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국혁신당은 금융투자소득세 제도를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시행하는 내용의 ‘금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1년 이상 주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15% 단일 세율을 부과하는 등 법안을 일부 보완했다.
이 개정안은 1년 이상 보유 주식을 양도해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금투세를 깎아주고,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금투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금투세 공제 한도인 5000만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소득에 대한 과세 방식을 자진신고와 원천징수 등으로 나눴다.
차 의원은 이에 대해 “복리 투자의 기회를 살리고 싶은 분들은 자진신고를, 자진신고가 번거로우신 분들은 원천징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이러한 방식은 1989년 일본이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시행하면서 도입했던 검증된 방안”이라고 밝혔다.
앞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원내대변인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의 막무가내식 금투세법 폐지 밀어붙이기, 민주당의 좌고우면과 다른 선명한 혁신당만의 금투세법 개정안을 내일 발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국혁신당은 다른 정당과 다르게 현행 법안을 개정해서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하고 시행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조국혁신당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대표는 “민주당에 정중히 요청한다.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실시하고,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4법은 조속히 통과시키자”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야 주식시장이 사는 게 아니고, 주가조작 관여 후 23억을 번 ‘살아있는 권력’을 봐주는 검찰청을 폐지해야 주식시장이 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면 경제가 망할 것이라고 했던 허위선동을 상기하자”며 “‘수사와 기소 분리’는 21대 국회 말 여야 합의 서명이 이루어졌던 사안임도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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