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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남성민 송오섭 김선아)는 3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진씨와 박씨의 재심 선고 재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약 50년 전 판결에 대해서 재심 사유가 있어서 작년 7월 개시하게 됐다”며 “불법 체포, 구금돼서 가혹한 수사가 이뤄졌단 것이 재심 개시 결정 사유”라고 설명했다. 재심의 주된 쟁점은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과거 자백진술이 동의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가 됐다.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을 엄격한 증명으로 밝힐 때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여야 한다”며 “(과거 자백 진술은) 보안사에 의해서 불법 체포 구금돼서 가혹행위 당해 임의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정황이 충분하다”며 판단했다.
또 “진술이나 압수물 역시 불법 수사로 인한 것이고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돼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재심 청구인들이 제시한 객관적 증거와 배치돼 신빙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판 끝에 “반세기, 반백년이 흘렀지만 그 가족들은 그때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이 판결이 피고인들과 유족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고(故) 진두현 씨 아내는 “92살이 되도록 큰 고통 속에 살았지만 마지막에 무죄로 남편의 억울함을 끊어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며 “더 이상 괴로움 없도록 오늘로 끝내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검찰에 바라는 건 (무죄가 선고된 네 명을 제외하고) 남은 열 명의 유족들과는 연락이 안 되는데 이런 경우 검찰에서 직권으로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며 “더 이상 상고할 게 아니라 연락이 안 되고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10명을 찾아서 대신 재심 청구하고 유족들에게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 그게 공익 대표자인 검찰의 역할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통일혁명단 재건위 사건은 1974년 통일운동을 했던 이들을 간첩으로 몰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약 17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사건이다. 이 중 진씨를 포함해 박기래·김태열·강을성 씨 등 4명은 사형을 선고받았고 박석주 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중 김씨와 강씨는 실제 사형이 집행됐다. 고(故) 박기래 씨 유족 측은 재심을 청구해 지난 2023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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