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중심에 서 있는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이 소액주주들과 만난 자리에서 ‘형제 경영’ 허용 가능성을 시사해 관심을 모은다. 또, 신 회장은 형제에게 “서로 오해가 쌓였지만, 지금이라도 함께 의논했으면 한다. 불만이 있으면 만나서 떳떳하게 얘기하자”며 화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30일 저녁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신동국 회장과 소액주주연대의 만남은 지난 24일 소액주주연대가 신 회장이 속한 3자연합(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과 형제(임종윤, 임종훈) 측에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과 향후 경영 방향 등을 서면으로 질의한 뒤 성사됐다. 이날 질의응답은 90분 가까이 진행됐다.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구도는 형제 측 5명, 3자연합 측 4명으로, 5대 4구도로 짜여있다. 3자연합은 내달 28일 열리는 임시주총에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새 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안건과 이를 위해 기존 이사회 구성을 10명에서 11명으로 변경해달라는 정관변경의 안건을 올렸다. 이사회 구도를 6대 5로 뒤집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관변경이 통과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형제 측과 3자연합의 우호 지분을 포함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각각 29.07%, 48.13%로 파악된다. 이를 고려하면 출석 주주 주식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한 신규 이사 선임의 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관 변경의 경우 ‘특별결의 안건’이므로 출석 주주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 만큼 통과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관 변경이 채택되지 않고 신규이사가 1명만 선임될 경우, 이사회 구도 역전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5대 5 구도에 진입하며 분쟁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소액주주들도 이런 우려를 신 회장에게 전했다.
하지만 당장에 뚜렷한 대안은 없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그건 인위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다. 다만 5대 5 구도도 문제는 없다고 본다”면서 “그때 가서 상황을 봐야할 것 같고, 내년에 일어날 일이니 일단 이번 일을 넘기고 논의해야 하지 않나”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 구도 역전을 위한 방법으로 공개매수 및 장내매수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신 회장은 그동안 주장해 왔던 것처럼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양측은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구축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에 대해선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
형제 측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임종훈 대표가 직접 이끌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3자연합은 지주사 대주주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아 ‘공동 의사결정’ 체제를 통해 배후에서 전문경영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신 회장은 “전문경영인은 R&D, 금융, 관리 부문 등 경험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어야 하고,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다만 전문경영인 혼자 회사를 모두 이끌 수 없는 만큼, 대주주 공동 의사결정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복수의 제약 쪽 인사를 접촉 중이라는 것도 밝혔다.
다만 신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형제를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고, 형제의 의사가 있다면, 계열사를 맡을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룹 핵심사인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북경한미 등은 전문경영인을 둬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신 회장과 형제 측과의 대결로 비치는 데에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저는 모녀나 형제 등 특정한 누군가의 편이 아니다”라며 “올해 초 모녀의 OCI 통합 추진도 나와 상의 없이 이뤄졌고, 회사가 넘어가는 건 안 된다는 입장이기에 형제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후 모녀 측으로 돌아선 것도, 외국 자본의 투자로 종국에 한미가 다른 회사에 넘어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신 회장은 이번 경영권 분쟁이 단시간에 해결되긴 어렵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제가 (이번 분쟁의) 중심에 들어오기 전부터 가족 간 갈등은 지속돼 왔고, 그렇기 때문에 분쟁 종식이 단시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싸움이 끝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양측 모두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형제 측에 남은 채무와 상속세를 함께 상의하고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소액주주들 질문에는 “생각은 안 해봤다. 하지만 함께 상의할 수는 있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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