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이 미국 대선을 5일 앞둔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은 이전보다 긴 86분간 비행한 것으로 알려져 신형 ICBM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미 대선을 전후하여 ICBM 발사와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다음 수순은 미 대선 후 전격적인 핵실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12월 후 첫 ICBM 발사.. 역대 최장 시간 비행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오전 7시 10분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8일 이후 43일만이다. 당시 북한은 탄두가 4.5t에 달하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와 순항미사일을 섞어 발사한 바 있다.
이번 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된다. 북한이 ICBM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며 총 회수로는 16번째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했다고 밝히면서 총 비행시간은 1시간 26분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1000km, 최고 고도는 약 7000km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며 고도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중 가장 높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방위성에서 기자단과 만나 "비행시간이 지금까지 중 가장 길어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9일 신형 이동식발사대(TEL)를 공개하며 새로운 ICBM 개발을 시사했다.
현재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비행능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2017년부터 액체연료 추진체계 적용 ICBM 화성-14·15·17형을 비롯해 고체연료 추진체계 적용 ICBM 화성-18형을 수차례 시험발사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ICBM 발사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어떠한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고 알렸다.
앞서 우리 정부는 북한이 11월 중 ICBM을 발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방정보본부는 지난 30일 북한이 7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등을 마쳤고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국방정보본부는 "우주발사체를 비롯해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관한 준비도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인다.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대한 준비가 끝나 특정 지역에 배치된 상황"이라며 "거치대에 장착된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을 위한 ICBM 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며 그 시기는 다음 달 미국 대선 전후로 내다봤다.
한미 국방장관 규탄 성명 후 ICBM 발사.. 백악관 "한미 안보에 필요한 모든 조치할 것"
이번 ICBM 발사는 미 대선 판도에 영향을 주기 위함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 사실상 공격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정상각도 발사가 아니라 고각 발사를 택하며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다.
또, 전날 한미 국방장관의 규탄 성명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러북 군사협력이 군사물자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까지 이어진 점을 한 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미는 "양 장관은 불법 무기거래와 첨단기술 이전을 포함한 러북 군사협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ICBM을 발사하자 미 백악관은 북한을 향해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30일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의 ICBM 시험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 발사는 다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노골적인 위반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미국 인력이나 영토, 우리의 동맹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지만 이 발사는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하고 역내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국가가 이런 위반을 규탄하고 북한이 불안정하게 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진지한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국가안보팀은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 본토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수순은 미 대선 후 7차 핵실험? "풍계리 핵실험장 준비 끝난 상태"
북한이 예상대로 미 대선 전에 ICBM을 발사함에 따라 다음 수순은 7차 핵실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군도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방정보본부는 30일 정보위에 "미국 대선 전에 핵 이슈를 부각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김정은이 이미 우라늄 농축 시설을 방문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도 있으며 7차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풍계리 내 핵실험장의 내부 준비는 끝낸 것으로 보인다"며 "3번 갱도를 이용한 핵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미국 대선을 비롯한 전략환경을 고려해서 김정은이 결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대체로 일치한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는 지난 7일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굳이 미국 선거일에 맞춰 해도 별 실익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선거보다는 차기 행정부 출범 직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도 지난달 19일 "북한의 과거 사례를 보면 이임하는 행정부를 처벌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4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도발을 감행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전술 핵탄두 '화산-31'의 성능 검증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기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전술핵탄두 화산-31의 실물과 이를 적용한 8종의 투발수단 자료를 노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화산-31이 핵실험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화산-31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순항미사일, 무인잠수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양한 투발수단을 통한 공격을 꾀하면 우리 군의 대처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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