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닷새 앞두고 사거리 키운 ICBM으로 압박…트럼프 측면 지원 가능성
한미 SCM서 北파병비판·안보리 파병논의 직후에 발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준태 기자 = 북한이 미 대선을 목전에 두고 러시아 파병으로 국제사회 여론이 들끓는 민감한 시점에 사거리를 키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도발을 감행했다.
미 대선을 닷새 앞두고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새 ICBM을 앞세워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편 러시아를 위한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에 반발하는 무력시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31일 오전 평양 일대에서 고각으로 발사한 ICBM은 1천㎞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군은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ICBM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최근 공개된 12축짜리 이동식발사대(TEL)가 쓰였는지도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발사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 첫 ICBM 발사 시점으로 이날을 택한 건 신형 ICBM을 시험하는 기술적 필요성 외에도 다양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평가다.
우선은 닷새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누가 대선에서 이기든 '핵보유국' 북한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려는 생각도 깔려있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기에 북한이 핵·ICBM 발사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점을 거론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과시한 바 있다.
북한도 제재 해제를 통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확장억제를 통한 북핵 대응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리스 부통령보다는 김정은과 친분이 있는 트럼프가 더 다루기 쉽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열달 만에 미 대선을 닷새 남기고 ICBM을 발사한 것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ICBM 위협은 트럼프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실제 대선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당선이 유력한 국면에서 존재감이 부각되는 효과는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러시아를 위한 파병에 대한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에 반발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날 발사는 한미 국방장관이 SCM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파병을 "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하고 다섯 시간 뒤에 이뤄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파병을 두고 공방이 펼쳐진 직후이기도 하다.
ICBM 발사를 통해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한편, 비난의 타깃을 '파병'과 'ICBM'으로 분산하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미 대선을 앞둔 존재감 과시용과 함께 "국제사회의 파병 비판에 대한 시선 돌리기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북한의 ICBM 도발은 러시아가 야르스 ICBM을 발사한지 이틀 뒤에 이뤄져 북러가 발사 시점을 사전 조율했을 가능성도 있다. 양국이 전략핵을 보유한 '핵동맹'임을 과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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