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핵잠수함 조선소…독일·프랑스 등지에도 유사사례
경찰 "화인 몰라" 함구…전문가, 우크라전 연계된 공작 경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영국 핵잠수함 조선소에서 발생한 의문의 화재를 두고 러시아의 사보타주(파괴공작)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목격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30일 0시 44분(현지시간)께 잉글랜드 북서부 컴브리아주 배로인퍼니스에 있는 영국 최대 방위산업체 BAE 시스템스의 '데번셔 독 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조선소에는 도합 약 1만명이 근무하면서 영국 해군의 어스튜트급과 드레드노트급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화재로 2명이 가볍게 다치는 등 피해가 있었으나 시설 파괴에 따른 핵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인은 아직 의문으로 남아있다.
당국은 "정식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나 앞으로의 영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계 곳곳에서는 다시 러시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군사정보 매체 '더워존'은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배후가 러시아인 파괴활동에 관한 우려가 유럽 전역에서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들에서 러시아의 사보타주로 의심되거나 확인된 사건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영국에서는 올해 7월 22일 버밍엄에 있는 DHL 창고에서 소포에 불이 붙는 사건이 발생하자 대테러 수사 당국이 러시아 연관성을 조사하고 나섰다.
경찰은 이 사건과 러시아의 연관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러시아 공작원이 소포에 인화 장치를 부착했을 가능성을 당국이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도 올해 7월 라이프치히의 DHL 물류센터에서 항공기에 실을 소포가 화재를 일으켰다.
같은 달에 러시아가 독일 최대 방위산업체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최고경영자(CEO)를 암살하려 한 정황이 잡히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6월 파리의 한 호텔에서 사제폭탄을 제조하려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중국적자가 덜미를 잡혔다.
폴란드에서도 같은 해 5월 쇼핑센터에 의문의 화재가 발생해 당국이 러시아와의 연관성 조사에 들어갔다.
스페인에서는 올해 2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헬기를 몰고 귀순한 조종사가 아직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괴한에게 총알 6발을 맞고 살해됐다.
나토 동맹국 곳곳에서 속출하는 의문의 사건, 사고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두고 러시아가 나토를 겨냥해 '하이브리드 전쟁'을 하는 게 아니냐고 관측한다.
나토 동맹국을 직접 타격하면 집단방위 체제가 발동하는 까닭에 배후가 잘 드러나지 않아 대응도 어려운 사포타주 같은 작전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니콜 월코프 연구원은 "하이브리드 작전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결의와 단결을 약화하려는 러시아의 전쟁 노력의 일부"라며 장기적으로는 러시아가 더 직접적인 대결을 준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파괴공작이 우크라이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이 사회 혼란을 부추겨 서방의 국가역량을 저해하려는 시도일 것이라는 의견도 다른 한편에서 나온다.
나토는 올해 2월 나토 동맹국 영토에서 이뤄지는 러시아의 악의적 활동에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의문의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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