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취업준비생들의 일자리 미스 매치(불일치)가 심각한 가운데 부산의 괜찮은 중소기업을 취준생들에게 소개하려던 유튜버가 제대로 참교육(?) 당한 과거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를 가르친 사람은 대학교수나 경제전문가가 아니었다. 다음 아닌 택시 기사였다. 누리꾼들은 "촌철살인이다"며 감탄했다.
1년 전 유튜브 채널 '중소기업월드'에 올라왔던 '"중소기업 가지 마세요" 부산 택시 기사님의 일침'이라는 영상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부산에서 택시 뒷좌석에 탄 유튜버는 "부산에 중소기업이 4만개가량 있는데 오늘은 그중 IT업체를 찾아간다"며 "업체로부터 좋은 중소기업이니 한번 취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요즘 직장 구하는 게 너무 힘드니 좋은 중소기업을 나서서 소개하는 취지다"고 방송을 했다.
이때 소리를 들은 앞자리의 기사가 유튜버의 말을 잘랐다.
대기업에서 퇴직했다는 기사는 "손님이 말씀하시는 게 내 입장에서는 기특하기도 하지만 한숨도 나온다"며 "연봉 2000만원도 안 되는 중소기업이 많다. 그런 중소기업 직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연차니, 월차니 하는 것이 안드로메다 얘기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이어 "취준생들이 결혼해서 처자식 먹여 살릴 수 있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되겠나. 너무 현실을 모르는 얘기다"며 "부산의 중소기업은 종업원이 5인, 10인 많으면 30인인 영세기업들이 바글바글한다. 그런 데서 20년, 30년 기술을 쌓은 사람들은 직함만 높지, 대기업 초임 5000만원 받는 사람들과 비교도 못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취준생들을 보고 중소기업 가라 소리 안 한다. 장래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며 "연봉 조금 받고 결혼 못 한다. 애 못 키운다. 중소기업 연봉이 3000만원, 4000만원 넘어가는 곳이 잘 없다"고 부연했다.
커리어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중소기업 898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신입사원 연봉 현황'을 조사한 결과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평균 2881만원(세전 기본급 기준)이었다. 같은 시점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사람인' 연봉정보 서비스에 데이터가 확보된 94개사의 4년제 대졸 사원 평균 연봉(5356만원)보다 2475만원이 낮은 것이다.
기사는 "취준생들이 취직 안 한다고 해도 나 욕 안 한다. 왜냐? 옛날 우리 때만해도 대학생이 100명 나오면 일자리는 1000개가 있어 서로 데려가려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0명 나오면 일자리는 열 군데도 없다. 나머지는 놀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고 짚었다.
기사는 "지방 균형 안 된다. 왜? 지방 살리려면 정부 기관 외에도 대기업들을 전부 지방으로 내려보내야 한다. 다시 말해 일자리가 없어 지방 발전은 안 된다. 그러니 취준생들이 전부 수도권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취준생들이 원하는 대기업은 우리나라 인구 100명 중 1명이 입사한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며 "소위 서울 '상대생(서울에서 상당히 먼 대학)'들은 엄두도 못 낸다. 서류에서 다 탈락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취준생들에게 눈높이를 낮춰서 지방의 중소기업에 지원해 보라? 안 된다. 자기는 쌀밥 먹으면서 다른 사람에겐 보리밥 먹으라 하면 되냐"고 비유를 들어 유튜버를 가르쳤다.
그러자 유튜버는 "보리밥이지만 쌀이 섞인, 쌀밥 같은 중소기업을 찾고 있다"고 항변했지만 목소리는 크지 못했다.
기사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처우와 함께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진 MZ세대들이 힘든 일을 꺼리는 풍조도 꼬집었다.
그는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노가다 해서 월 600만원 벌어 자기들 나라에 부친다"며 "외국인들은 블루칼라니 화이트칼라얘기 안 하는데 우리는 거의 대졸이다. 학력만 인플레 돼서 장갑 끼고 어디 공단에 가서 제조업에 일 안 한다. 차라리 스타벅스 가서 쟁반 들고 일하지"라는 입장을 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대학교수나 전문가가 나와서 하는 소리보다 백번 쉽고 간결하다", "기사님이 한국 현실 정말 잘 아시네", "기사님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이시고 통찰력이 뛰어나신 분이다", "하나하나 다 맞는 말씀이네", "진짜 문제는 기사분이 하신 말씀이 전국에 통용된다는 거다", "기사님이 국회의원보다 나라를 더 잘 아시네", "진짜 뼈 때리시네" 등 극찬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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