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허위는 지엽적인 부분…비판적 의견 표명" 파기환송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하급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학수 정읍시장이 대법원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3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문제 된 표현들이 전체적으로 '의견의 표명'에 해당한다"며 "진실에 반하거나 과장된 일부 표현을 근거로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를 앞둔 2022년 5월 26∼31일 TV와 라디오 토론회,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경쟁자였던 김민영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 시장은 '김 후보가 구절초 테마공원 인근의 임야와 밭 16만7천81㎡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가 해당 공원의 국가정원화 추진을 공약한 배경에 사적인 개발 이익이 있다는 취지였다.
김 후보 측은 의혹이 허위라며 이 시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재판에 넘겨진 이 시장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선출직 공직자가 선출된 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돼 직을 상실한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 시장의 발언을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허위 사실 공표 행위로 볼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로 처벌받으려면 '의견'이 아닌 '사실'을 표명해야 하고, 그 내용의 주된 부분이 거짓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시장의 발언은 이 두 가지 요건 모두 충족하지 않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우선 TV 토론회 발언에 대해 "국가정원 승격 공약의 이해충돌 여지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며 "정읍시장직 수행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라고 봤다.
김 후보가 보유한 토지 중 76%에 달하는 12만6천942㎡는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것이어서 이 시장의 발언이나 보도자료 내용 일부가 허위라는 점은 대법원도 인정했다.
그러나 "토지를 (김 후보가) 취득해 현재 보유하고 있다는 부분이 핵심"이라며 "허위로 인정되는 토지의 취득 원인 부분은 선거인의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후보자가 정책공약이나 이를 비판·검증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에 포함된 일부 표현을 근거로 그 전체적인 취지나 맥락에서 벗어나 사후적인 해석을 가미해 형사처벌의 기초로 삼는 것은, 선거의 공정이라는 목적에 비춰 보더라도 선거 과정에서 장려돼야 할 표현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거나 봉쇄하는 것"이라는 법리를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택한 헌법정신에 따라,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자의 정책공약을 비판·검증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의 의미를 세심하게 살핀 후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을 부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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