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44개 중 37개 사(적립금 기준 94.2%)에서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당국은 지난 15일 서비스 조기 개시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추가적인 전산 점검 기간이 필요하다는 금융권 의견에 따라 당초 발표한 이달 말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퇴직연금 계좌를 타 사업자로 이전하려면 기존 상품의 팔거나 해지하고 현금을 돌려받은 뒤 새 상품에 가입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중도해지 비용,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 변화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금융사를 바꾸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정부가 기존 운용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갈아탈 수 있도록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이런 환경 때문이다.
갈아타기가 가능한 상품은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 보장상품,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이다. 다만 같은 유형의 상품으로만 이전이 가능하다. 예컨대 DC형에 가입했다면 타 금융사 DC형으로, 확정급여(DB)형은 DB형으로, 개인형퇴직연금(IRP)은 IRP로만 갈아탈 수 있다. 현재 모든 퇴직연금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실물 이전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 지연 등의 이유로 광주·iM은행, BNK부산·경남은행, 삼성생명, 하나증권, iM증권은 내년 4월까지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 퇴직연금 자금은 예금 등 원리금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상품들에 머물러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보면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4% 늘었다. 이중 은행권 적립 규모는 210조2811억원, 증권사는 96조5328억원, 보험사는 93조2654억원이다. 전체 적립금 중 83.2%는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는 중이다.
가입자가 자유롭게 퇴직연금 상품을 옮길 수 있게 되면서 은행과 증권사들은 고객 유치 열전을 벌이고 있다. 보험사 역시 퇴직연금 사업자지만 적립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이 보험형 자산관리로 이번 실물 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번 갈아타기 시장 경쟁에서 다소 소외됐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진 은행은 안정성을 내세워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최근 퇴직연금 상품 개수를 늘리며 시스템을 개편하고, 수익률 면에서도 증권사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홍보하며 가입자 몰이에 나서는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3일 'KB퇴직연금 1: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시행했다. 하나은행은 1억원 이상 개인형 IRP 또는 DC형을 보유 중인 연금 VIP 고객을 위한 전문 대면상담채널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확대한다.
증권사들은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며 유치에 사활을 거는 중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증권이 7.11%로 가장 높았고, 은행(4.87%), 손해보험(4.63%)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들은 상담 예약 시 사은품을 주는 등 사전 예약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고객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 상장지수펀드(ETF) 적립식 자동 투자 등을 내세워 투자 편의성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다만 수익률의 경우 적립 금액, 대상 기간, 상품 유형에 따라 각 금융사가 유리한 수치를 뽑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세심한 비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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