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러시아 진입에 대해 연일 "좌시하지 않겠다"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달리 분쟁 당사국인 러시아는 한국 측에 서방의 속임수에도 자제력을 보여주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사국인 러시아가 제3국인 한국보다 오히려 차분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개최한 우크라이나 평화와 안보 유지 관련 회의에 참석한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권과 서방의 공범자들이 (전쟁 발발 이후) 2년 넘게 대한민국 지도부가 우크라이나 정권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설득하고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도록 장려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3월 한국의 155mm 포탄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3월 17일 MBC는 충청도에 있는 군 탄약창 기지에서 대형 화물차를 이용해 탄약창 기지인 진해의 한 부두로 탄약들이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해당 화물에 대한 '위험물 신고' 서류에서 물건을 실은 곳은 진해, 내리는 곳은 독일 노르덴함 항구라고 적혀있었다며 이는 3월 9일(현지 시각)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된 기밀 문건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네벤자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권이 자체 보유고를 거의 완전히 소진했기 때문에 이는 우크라이나와 서방(미국, 영국, 유럽연합)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한국 동료들이 이러한 (서방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 충분한 지혜를 갖고 있다"며 "현재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양국 간 전통적으로 좋은 이웃 관계 재개를 위한 전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여러분이 보여준 자제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네벤자 대사는 또 "귀국의 여론조사 또한 고무적이며 이는 압도적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이 우크라이나 분쟁에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다수가 반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기도 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5일 공개한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에 따르면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의약품, 식량 등 비군사적 지원만 해야 한다'는 응답이 66%, '어떠한 지원도 하지 말아야 한다' 16%,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 13%로 조사됐다.
네벤자 대사는 북한군의 파병 등 북한과 협력 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은 매우 정직하고 개방적이다. 우리의 상호 작용은 투명하다"며 "군사 및 기타 분야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상호작용은 국제법을 준수하며 이를 위반하지 않는다. 이는 제3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지역 국가나 국제 사회에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협력을 발전시킬 계획이며, 누구도 이를 금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서방의 군대가 들어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네벤자 대사는 "아무리 위장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정권이 통제하는 영토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인이 등장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네벤자 대사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접경지역인 쿠르스크주에 침공했을 때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민간인을 고의적으로 살해하고 여성, 어린이, 노인을 가리지 않고 고의적으로 민간 차량과 구급차를 겨냥했으며 평화로운 집과 가축을 약탈하고 파괴했다는 증거가 넘쳐난다"며 "그런데 주로 폴란드, 미국, 영국인 등 외국 용병의 비율은 차트에서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 역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다양한 군사 장비를 공급해왔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두둔했다.
김 대사는 "북한과 러시아는 정치, 경제, 군사 및 문화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양자 관계를 발전시킬 권리가 있고, 이는 북러 조약에 따라 국제법상 규범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만약 러시아의 주권과 안보 이익이 미국과 서방의 지속적인 위험한 시도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면 우리는 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파병은 전혀 고려치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면서 "파병 외에 모니터링단이나 전황분석단 등은 군 또는 정부가 앞으로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어떤 비상 상황에 대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모니터링, 전황분석 등을 위한 것이라도 해도 파병을 위해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장관은 "법에 보면 소규모 파병에 대해서는 장관이 알아서 판단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이는 소규모 파병을 한다는 것이 아니고 관련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장관은 '소규모'에 대해 "기준선을 보면, 규모의 문제, 기간의 문제, 임무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군이 규모를 갖춘 상태에서 장기간 전투 임무를 수행하거나 그외 유사한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파병으로 판단하고 (그동안) 국회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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