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가계부채가 폭증하면서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차량 편법 대출을 유도하며 원리금 수익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이은 국정감사 지적에도 아무런 조치 없는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신용카드 결제액 증가세는 1년 만에 5배가량 치솟았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이용액’ 자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자동차 구매를 위한 신용카드 결제액(할부·일시불 포함)은 28조3272억원으로 전년(25조3439억원)보다 2조9833억원 늘었다. 5864억원 증가했던 전년 동기 수치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신용카드 결제액을 카드사 별로 살펴보면, 현대카드가 13조4839억원으로 전체 결제액의 절반 가까운 47.6%를 차지했다. 이어 하나카드가 4조6821억원, 롯데카드가 2조700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삼성카드(2조5335억원), 신한카드(2조2023억원), 우리카드(1조7476억원), KB국민카드(9751억원) 순이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할부금융 잔액은 전년(10조6909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어든 9조6386억원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할부금융 잔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이 카드사들의 편법영업으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드사들이 차량구매 시 대출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전체금액을 대출 없는 할부 구매로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회피, 대출 기록 미등재, 철회(항변)권 행사 불가 등 신용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영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할부를 통해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은 금융사, 캐피탈, 카드 등이 있는데 금융사나 캐피탈사가 제공하는 오토론 등과는 달리 카드 장기 할부서비스의 경우 DSR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관혼상제 등 예외적인 상황에 일시적으로 신용카드 사용 한도가 확대되는 ‘특별한도’ 제도가 자동차 구입 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고객 신용과 크게 상관 없이 자동차 구입이 가능하기에 관련 결제액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카드사의 할부기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민 의원은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18개월, 일시불 결제의 할부(분할납부)전환은 12~30개월 수준인 반면 유독 자동차 할부만 카드사별로 최장 60~72개월에 이른다는 점을 짚으며 “고객을 위한 것처럼 말하지만, 카드사가 대출기간 동안 이자 성격의 수수료를 수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보호 규정이 미비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민 의원은 “편법적 상품이다 보니 보호 규정이 미흡해 소비자는 철회권 및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고, 대부분 카드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아 소비자 보호가 취약하다”고 짚었다.
민 의원은 이날 “카드사의 차량 할부 판매가 자동차 판매 사원에게 더욱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저선수율을 통해 편법영업을 유도하고 있다”며 “카드사의 고금리, 장기할부는 고객의 선택권을 차단하고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대출 규제 회피와 소비자 보호가 미비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 구입이 특별한 사정이라고 하더라도 신용도에 따라서 한도가 달라져야 가계 부채에 대한 정부 기조에도 부합할 것”이라며 “카드사의 편법적 수익 활동이 비정상적 가계부채를 발생시키고 있는데도 여전히 당국은 방치 중이다. 조속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부실채권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차량 할부 영업이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카드 할부 제도에 제약을 두게 되면 상용차 구매 고객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차량 구매 후 고객이 이자를 못 내는 경우도 있어 카드사가 부실채권을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신용 관리를 하며 조절하고 있어 수익성에 드라마틱하게 도움되지는 않는다. 할부 금융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오히려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량을 사치성으로 구매하는 고객이라면 무관하겠지만 이런 규제가 적용된다면 트럭이나 택배 차량처럼 상용차, 즉 생계를 위해 차량을 꼭 구매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차량할부 적정성 지적에 대해 신용카드사들의 특별한도가 적정히 부여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감원 관계자는 “DSR 포함까지는 아니지만 특별한도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