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가 현실이 됐다. 초격차 경쟁력의 핵심인 반도체(DS) 부문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1위 자리를 내주는 한편,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제품군에서 성장이 둔화되며 향후 패권 경쟁에서조차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각종 악재와 우려에도 삼성을 대표하는 모바일(MX) 부문을 포함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어지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갈아치우는 등 위기감 속에서도 반등의 가능성은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31일 삼성전자 공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올 3분기 매출 79조1000억원, 영업이익 9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전사 매출은 전분기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기존 최대는 2022년 1분기 77조7800억원. 순이익은 10조1009억원으로 72.84% 늘었다.
주력인 DS 부문은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하면서 시장 기대치인 4조원을 하회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DS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으로 4조원대 초반을 추정했다. 반도체 불황이 예상되며 추락한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이익 감소가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삼성전자는 “전분기 대비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 축소와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환율로 인한 달러 약세 등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서버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량은 늘었다. 전방산업인 PC, 스마트폰 등은 부진해 일반 제품의 수요는 감소했지만, AI에 대한 투자는 지속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시스템LSI는 매출 극대화 및 재고 최소화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일회성 비용 증가로 실적은 하락했다. SoC(System on Chip)는 플래그십 제품의 신규 고객사 확보로 판매량이 증가했고 DDI(Display Driver IC)도 판매가 확대됐다.
파운드리는 모바일 및 PC 수요 회복이 기대보다 부진한 가운데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 그러나 5나노 이하 첨단 노드 중심으로 수주 목표를 달성했다. 2나노 GAA(Gate All Around) PDK(Process Design Kit)를 고객사에 배포해 제품 설계가 진행 중이다.
반면 경쟁사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93.9% 올랐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올 3분기에만 SK하이닉스는 7조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면서 삼성전자의 DS 부문을 크게 뛰어 앞섰다. 연간 영업이익으로도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는 23조5743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DS 영업이익 8조3600억원을 기록해 SK하이닉스(8조3545억원)을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선 SK하이닉스에 실적을 추월당하게 됐다.
실적의 낙폭은 크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와 서버 수요 증가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수요 확대, 첨단 공정 확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5나노 이하 첨단 노드 중심으로 수주 목표를 달성했다”며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프로세스 디자인 키트(PDK)를 고객사에 배포해 제품 설계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DX 부문은 매출 44조9900억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MX는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13% 개선됐으며, 매출 총이익은 30조원을 기록했다. MX의 플래그십 중심 매출 확대로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DS부문의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1조2600억원 감소한 9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MX는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신제품 출시로 전분기 대비 매출 및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펙이 향상되면서 재료비가 인상됐으나, 플래그십 제품 중심 판매로 매출이 확대돼 두 자릿수에 가까운 이익률을 확보했다.
네트워크는 사업자 투자가 축소되고 비수기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VD)는 △네오 QLED △OLED △대형 TV 등 전략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서비스 사업 매출을 확대해 전년 동기와 직전 분기보다 매출·이익 모두 증가했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AI 신제품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나아졌다.
하만은 매출 3조5300억원, 영업이익 3600억원을 기록해 소비자 오디오 제품 판매 확대와 원가 구조 개선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SDC는 매출 8조원, 영업이익 1조5100억원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주요 고객사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대응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대형의 경우 TV와 모니터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전분기 대비 판매량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했다.
3분기 환영향은 달러·주요 신흥국 통화 대비 원화 강세로, 달러 거래비중이 큰 부품 사업 중심으로 직전 분기보다 전사 영업이익에 약 5000원의 부정적 효과가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부문 성장에도 세트 사업 약세가 겹쳐 성장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DS부문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하고 DX부문은 프리미엄 제품 확대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메모리는 서버 수요 강세가 유지되고 모바일은 일부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방침이다. D램의 경우 HBM 판매를 확대하고 서버용 DDR5는 1b 나노 전환 가속화를 통해 32기가비트(Gb) DDR5 기반 고용량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는 주요 응용처 시황 반등이 지연되면서 고객 수요 약세가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응용처를 확대해 실적 개선에 나서고 2나노 GAA 양산성 확보 등에 힘쓸 계획이다.
MX는 연말 성수기에 대응해 갤럭시Z폴드6·플립6, 갤럭시S24 시리즈 등 AI 스마트폰 판매를 이어가 연간 두 자릿수 이상의 플래그십 매출 신장에 힘 쏟는다. 태블릿과 웨어러블도 성능을 대폭 강화한 프리미엄 신제품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VD는 연말 성수기 영향으로 TV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주요 유통사와의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대형·라이프스타일 TV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AI 제품 글로벌 판매 확대를 통해 AI 가전 시장을 선점하고 시스템 에어컨 판매를 늘린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주요 고객사 신제품 수요가 지속되고 IT·전장 제품의 판매 증가가 예상되지만 패널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직전 분기보다 실적 개선 여부는 보수적으로 전망된다. 대형의 경우 생산 효율 향상으로 주요 고객사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해 매출을 확대하고 2025년 신제품 수요에 적기 대응할 방침이다.
AI 전략도 계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매년 5억대 이상의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각 제품 특성에 맞는 AI 기술을 적용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억6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스마트싱스 플랫폼과 그간 준비해 온 △제품 지능 △공간 지능 △개인화 지능을 기반으로 AI가 일상화되는 미래의 홈을 선점하고 AI 시대에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모바일부터 TV, 가전에 이르기까지 ‘녹스 볼트’ 기술을 확산 적용하고 ‘녹스 매트릭스’ 솔루션을 적용해 더 안전한 AI 홈을 완성할 계획이다.
AI 기반 연결 경험을 홈에서 헬스까지로 확장해 수면의 질, 건강 상태, 식단 코칭 등 나의 건강은 물론 가족까지 케어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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