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국내에서 이미지센서를 만드는 기업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픽셀플러스뿐입니다. (저희가 잘돼야) 국내 여러 기반 산업들이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가 28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픽셀플러스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이미지센서(CIS)를 설계하는 픽셀플러스는 이서규 대표가 지난 2000년 4월 창업한 국내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다. 초기에는 모바일용 제품을 만들어 삼성전자 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몸집을 키웠고, 이를 바탕으로 2005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이후 신제품 출시 지연, 국내외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력 악화, 예상치를 웃도는 관리비용, 매그나칩과의 특허소송 등으로 2009년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이 회사는 CCTV에 들어가는 전하결합소자(CCD)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서를 대체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서규 대표는 "그 당시 보안용 CCTV에 들어가 제품에는 고가의 CCD가 주로 사용됐다, 특히 소니가 이 시장을 다 잡고 있었다. 통상 CCTV는 칩을 3개를 써야지 구동을 할 수 있는데, 3년 간의 개발 과정을 통해 시모스이미지센서(CIS)에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를 통합한 '원칩 이미지센서'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소니 제품의 가격이 5~7불 정도였는데, 우리 제품은 3~4불 정도에 해상도도 뛰어나다 보니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픽셀플러스는 2015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으나 CCTV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에 차량용 센서 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대표는 "2012년께 CIS가 보안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을 때 중국 기업이 들어오고 디지털화되면서 당시 기술 기술 장벽이 제일 높았던 차량용 센서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지난해 초 관련 기술이 완성돼 제품을 만들고, 올해부터 프로모션까지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픽셀플러스는 현재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체 매출의 90.4%는 자동차 영상 장치 분야에서 발생했는데, 비디오그래픽스어레이(VGA, 640x480)급 해상도의 이미지센서가 주력 제품이다. 이 제품은 전방, 후방, 사이드 카메라는 물론 이를 결합한 서라운드뷰모니터(SVM)에도 적용되고 있다. SVM은 4개 카메라를 전후좌우에 장착해 하늘에서 자동차를 내려다본 것처럼 영상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픽셀플러스는 1.3M(1280x720) 해상도의 이미지센서를 개발해, SVM 및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등으로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또 3M(1920x1536) 등 해상도를 더 높은 제품도 개발 중에 있다. 이 대표는 "1.3M 이미지센서는 내년 중후반 정도면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미 1.3M 이미지센서가 시장에 상용화돼 있으나, 당사 제품의 특성이 더 좋기 때문에 잠재 고객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픽셀플러스는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분야에 집중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드론·로봇·스마트가전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해나가겠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현재 인공지능(AI)이 최고 화두다. 가전, 로봇 등 AI가 적용이 안 되는 곳이 없다"며 "AI를 기반으로 하는 곳이라면 어떤 분야든지 결국 사람을 인식해야 하는 이미지센서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기반으로 한 모든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미지센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예측하고, 개발하며 키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신기술로 개발한 '포토닉 칩렛' 역시 AI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향성 중 하나다. 픽셀플러스의 '포토닉 칩렛'은 이미지센서와 이미지를 처리하는 ISP, AI칩을 수직으로 쌓아 패키징한 제품으로, 기존 패키징 대비 뛰어난 데이터 처리 효율성 및 방열 특성을 구현다는 데 용이하다.
이를 통해 이미지센서 내에서 일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온센서 AI'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픽셀플러스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미지센서가 필요한 데이터만을 미리 처리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으로 보내면 고객사들은 더 강력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전문적인 센싱 기술이 필요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픽셀플러스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자 상용화한 '글로벌셔터' 기술도 향후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등 신시장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이미지센서는 전체 이미지를 여러 행으로 나누고, 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스캔하는 '롤링 셔터' 방식을 채용한 반면 글로벌 셔터는 짧은 순간에 전체 이미지를 한 번에 스캔한다. 이를 통해 사람, 혹은 사물의 동작을 정밀하게 인식해야 하는 센서 분야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셔터를 활용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여도 1만분의 1초 단위로 정지화면을 깔끔하게 도출할 수 있다"며 "운전자의 눈 깜빡임을 인식해 졸음 운전을 판단하는 인-캐빈(In-cabin) 등과 같은 AI 기능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다"며 "내년 중반기 정도에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 이 대표는 중국 기업들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전략에 '가성비' 전략으로 이를 타파해나갈 방침이다. 그는 "최근 중국 이미지센서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 업체들이 내놓는 제품의 가격이 많이 저렴하다. 최근 차량마다 센서 탑재 수량이 늘면서 박리다매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차량에 맞는 신뢰성과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맞추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빠르게 신제품을 내기보다 경쟁사 대비 우위의 기능을 확보해 경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프로젝트 수주 경쟁의 성과도 내고 있다. 또 현재 유럽 자동차 시장도 많이 공략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등 큰 성장이 기대되는 지역에서 내년 초 전시회를 나가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초대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을 역임한 이 대표는 우리나라 팹리스 산업 발전을 위해서 대만처럼 정부 주도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우수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설계 분야가 핵심"이라며 "새로운 설계 기술이 나와야 하는데 그 기술은 결국 학계에서 만들어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가 해당 분야의 석학들을 모시고 와 인재를 길러내야 된다"며 "또 이렇게 키워낸 인재들이 팹리스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대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대표는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후 포스텍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LG전자에 입사해 1985년부터 1999년까지 CCD 연구개발실장을 맡았다. 2000년 픽셀플러스를 설립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2022년에는 초대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을 맡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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