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프로야구 흥행 대박 주도하는 ‘2030 여성’

[이슈메이커] 프로야구 흥행 대박 주도하는 ‘2030 여성’

이슈메이커 2024-10-31 08:5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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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프로야구 흥행 대박 주도하는 ‘2030 여성’
 

올 시즌 KBO리그 정규시즌(720경기)에는 총 1,088만 7,705명의 관중이 입장하며 꿈의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이자 1982년 출범 이후 42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종전 최다 관중 기록(840만 688명)을 훌쩍 뛰어넘었고, 평균 관중 수(15,122명) 역시 역대 최고수치를 기록했다. 10개 구단의 입장 수입은 1,593억 1,403만 1,733원으로 역시 사상 최초로 입장 수입 1,500억 원을 넘어섰다.

 

사진=손보승 기자
사진=손보승 기자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 맞은 KBO리그
KBO리그는 43년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흥행을 견인한 주역은 ‘2030 여성’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 상반기 티켓 구매자 중 여성 비중은 지난해보다 3.7%포인트 늘어난 54.4%에 달했다. 여성 관중 가운데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7.8%에서 올해 41.4%로 뛰었다. 지난 7월 열린 올스타전 티켓 구매자 조사 결과에서도 20대 여성이 39.6%, 30대 여성이 19.1%를 기록하는 등 여성 관중이 68.8%로 남성(31.2%)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20대 여성 35.4%, 30대 여성 13%였던 수치와 비교해 약 10%나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2030 여성들이 소비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데 KBO리그에서도 ‘우먼 파워’가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실시한 ‘2023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관여 팬 표본 중 62%는 여성이다. ‘고관여 팬’은 관심 있는 리그의 지난 시즌 우승팀과 응원 구단 선수를 모두 알고 있고 유니폼을 보유한 팬을 의미한다. 이들은 경기 시즌권을 구매하고 팀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다. 한 시즌 기준 MD 상품 구매비도 여성(12만 원)이 남성(9만 원)보다 높았다. 야구장을 한 번 방문할 때 1인 기준 지출 비용도 57,000원을 소비해 남성보다 더 많은 금액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야구에 빠져든 여성이 업계 ‘큰손’으로 떠오른 것이다.

 

KIA 타이거즈의 ‘슈퍼스타’ 김도영을 비롯한 젊은 스타 선수들의 맹활약은 KBO리그의 흥행을 주도했다.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의 ‘슈퍼스타’ 김도영을 비롯한 젊은 스타 선수들의 맹활약은 KBO리그의 흥행을 주도했다. ⓒKIA 타이거즈


  사실 올해 프로야구는 관중을 끌어들일 마땅한 호재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에 대해 전문가들조차 다소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거두는 등 국제 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점, 더욱이 사상 유례없는 폭염까지 있었음에도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등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2030의 관심이 야구장으로 쏠리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젊은 스타 선수들의 등장을 꼽는다. KIA 타이거즈의 ‘슈퍼스타’ 김도영과 ‘굴비즈’로 불리는 삼성 라이온즈의 젊은 야수들(김지찬, 김현준, 이재현),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와 두산 베어스 김택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각 구단에서 2024년 전반기 유니폼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구매력이 높은 젊은 여성 팬들은 유니폼 신상이 나오면 아낌없이 투자한다. 좋아하는 팀을 위한 소비를 아까워하지 않는 것인데, 이는 아이돌 문화의 ‘덕질’이 야구장에 상륙한 것과도 유사한 모양새다. 야구장 굿즈숍은 경기 시작 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루고, 이에 구단들은 경쟁적으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캐릭터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여성 팬들은 좋아하는 팀을 위한 소비를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LG 트윈스
여성 팬들은 좋아하는 팀을 위한 소비를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LG 트윈스


  이처럼 2030 여성 팬들의 증가로 인해 야구장 ‘직관’은 이제 ‘아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이돌 세계에서나 보이던 팬덤 문화가 야구장에 도입되어 대포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여성 관중들이 야구장에 눈에 띄게 늘었다. 여기에 팬덤에서 시작된 포토카드 수집 문화도 야구장에서 정착되고 있다. 관중석 복도에 설치된 포토카드 자동판매기는 경기 시작 전 관중들이 가장 먼저 찾는 장소가 됐다. 자신이 뽑은 포토카드를 경기마다 기념으로 구매하고, 야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함께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하는 것이 하나의 응원 문화가 됐다.

자생력 키워 산업으로의 성장 도모 필요
KBO는 올해 새로운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인 티빙과 했다. 경기 관련 숏폼 영상 등의 2차 저작물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는데, 이로 인해 유튜브를 비롯한 SNS를 통해 공유되는 다양한 숏폼이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도 인기의 이유로 꼽힌다. SNS에서 화제를 모은 ‘삐끼삐끼 춤’이 대표적이다. 상대 팀 타자나 주자를 아웃시킬 때 KIA 응원단이 추는 아웃송은 하나의 ‘밈(meme)’이자 챌린지로 확장됐다. 2차 저작물을 통해 야구장에서 춤추고 응원하는 영상이 공유되면서 야구장은 하나의 놀이터라는 인식이 강해지며 신규 관중 유입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실제 KBO가 지난 8월 2,600명의 팬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경기 관람 빈도가 증가한 이유로 ‘응원문화가 재밌어서’는 49.3%로 1위에 올랐다.

 

키움 히어로즈는 20대 여성 팬 확보를 위해 ‘2024 키움히어로즈 여대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는 20대 여성 팬 확보를 위해 ‘2024 키움히어로즈 여대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키움 히어로즈


  주목할 점은 26.2%를 차지한 ‘다른 놀거리 대비 야구 관람 비용이 합리적이어서’다. 젊은 층의 소비 심리 이면에 경기침체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것이다. KBO 경기 티켓은 마찬가지로 2030 여성 팬이 주류 시장을 형성하는 뮤지컬이나 콘서트 티켓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소위 ‘가성비’가 뛰어난 셈이다. 송재우 야구 해설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야구는 15,000원만 내면 3~4시간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함성을 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가 그간 즐겼던 영화와 같은 다른 문화생활의 경우 ‘코로나19 엔데믹’ 후에도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야구장 신축도 도움이 됐다. 2014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이어 2016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2019년 창원NC파크가 차례로 개장했다. 과거 열악한 시설과 달리 신축 야구장은 2030 여성들은 물론 가족들이 찾는 지역 명소로 변신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발맞춰 구단들의 노력도 뒷받침되었다. 인천SSG랜더스필드는 2010년 국내 야구장으로는 처음으로 여성 전용 편의시설인 파우더 룸과 수유실을 설치했다. 깨끗한 시설을 선호하는 여성 관중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는데, 이런 노력의 결과로 해마다 2030 여성 관중 비중이 높아질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산업적으로도 프로야구의 발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Pixabay
전문가들은 이제 산업적으로도 프로야구의 발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Pixabay


  야구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JTBC의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통해 야구를 잘 알지 못하던 2030 여성들이 종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들이 야구장을 찾기 시작했다는 시각이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경기 규칙이 다소 어렵다 보니 접근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는데, 예능 프로그램이 이들에게 야구에 눈을 뜨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이제 야구장은 2030 여성들의 ‘플레이 그라운드’로 변신했다. 단순한 스포츠 콘텐츠를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찬사를 듣는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가 젊은 세대 유입이 되지 않아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지난 2012년 흥행 돌풍을 일으키다 재차 사그라들었던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여성 팬들이 호기심에 단발성으로 야구장을 찾는 것이 아닌, 선수 혹은 구단의 든든한 팬으로 정착할 수 있게 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KBO와 구단들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생력을 키울 방법도 찾아야 한다. 올해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산업적으로도 프로야구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엿본 한해다. 물론 여전히 모기업에서 광고료 명목으로 거액의 지원을 받아 살림을 꾸리는 것이 현실이지만, 수익 다변화를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KBO리그의 도약은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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