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태형 기자] 연말을 앞두고 주요 그룹사의 임원 인사 발표 시즌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임원 줄이기에 나서는 등 연말 인사 폭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삼성전자의 경우 5세대 HBM(HBM3E·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 등으로 위기감이 감돌면서 사장단 교체 등 향후 임원진 인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발표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1월 중에 임원진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에는 예년보다 다소 이른 11월 말에 임원진 인사를 단행했는데 올해는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거란 예상이다.
이 같은 전망은 'HBM3E'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부문 수주 부진, 실적 악화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이재용 회장의 취임 2주년을 맞은 삼성전자의 올 연말 인사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사업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 쇄신과 변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인사는 ‘한종희-경계현’ 체제가 유지됐고 사장 승진은 2명에 그치는 등 ‘안정’에 중점을 뒀다.
10월 31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영업이익(9조1000억원)이 10조원을 넘길 것이란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잠정 실적을 냈다. 반도체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연간 영업이익이 뒤쳐질 거란 전망에 인적 쇄신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
앞서 지난 5월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의 차원에서 원포인트 인사를 실시하며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DS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그동안 익숙하게 여겨왔던 성공방정식에서 이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외부 인재 발굴 등 기술 강화를 위한 조직문화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발간한 연간 보고서를 통해 “경영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LG그룹은 지난 21일부터 계열사별 사업 보고회를 시작하면서 내년 경영진 개편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과 2인의 부회장 체제에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한 달간의 사업보고회를 바탕으로 11월에 연말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사업보고회는 LG그룹의 계열사별 대응 전략을 구상하는 핵심 전략 회의로 연말 인사, 조직 개편과 직결되는 중요한 행사다.
지난해 구 회장은 사업 보고회 이후 미래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LG그룹 부회장단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며 기존 3인 체제에서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2인 체제로 변화했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8년 LG그룹 부회장단은 총 6인(박진수·한상범·조성진·하현회·차석용·권영수) 체제였다. 이후 권영수 부회장의 퇴진을 끝으로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임명한 부회장은 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구 회장이 지난해 부회장단의 세대교체를 가시화한 가운데 현 부회장 체제에 변화가 있을지도 이목이 쏠린다. 완전한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권 부회장과 신 부회장의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부회장 선임을 통해 안정과 분위기 반전을 꾀할지 이목이 쏠린다.
그룹 내부에서는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차기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지난 2021년 취임 후 3년 연속 매출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1년 73조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84조원으로 확대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도 부회장 후보 중 한명이다. 작년 연말 인사에서 LG디스플레이 수장 자리에 앉은 정 사장은 취임 이후 재무 건전성 확보에 주력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한편 최근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하며 인적 쇄신에 돌입한 SK그룹은 임원 규모를 큰 폭으로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향은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SK그룹 CEO세미나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에는 합병을 앞둔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 3곳(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을 교체했다. 구조조정에 나선 SK텔레콤과 SK온도 임원 감축이 예상된다.
올해도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의 인사 방향은 다른 그룹과 달리 승진 등 보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 252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신규 임원만 197명이었고 이중 38%가 40대 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후 4년간 대부분의 임원 교체가 이뤄진 만큼 큰 인사 수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수장 중에서는 송호성 기아 사장이 있다. 기아의 호실적을 이끈 송 사장은 두 번째 연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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