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11군단 출신' 이웅길씨…"파병 청년들, 외부세계 경험하면 눈 뜰 것"
"폭풍군단 역할과 안 맞는 우크라전…성과 낼지 모르겠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러시아 군대라고 해도 북한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조직 아닙니까. 파병된 북한 청년들도 자연히 외부 세계에 눈을 뜨게 될 겁니다."
북한 11군단, 이른바 '폭풍군단' 출신인 이웅길(43) 씨는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폭풍군단 부대원의 탈영·귀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앳된 모습이었다는 목격담을 거론하면서 "온라인에 퍼진 동영상에서 보이는 얼굴들도 조장급 전투원이 아니라 부대 배치된 지 얼마 안된 모습이더라"며 "'총알받이'로 보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2006년 6월 함경북도 청진에서 탈북한 이씨는 이듬해 2월 국내에 들어왔다. 군 경력을 가진 북한이탈주민 사이에서도 폭풍군단 출신자로 널리 알려졌고,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해 북한 특수부대 경험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씨는 1998년 8월부터 11군단 제87경보병여단에서 여단장 연락부관으로 복무하다 '상급병사' 계급으로 2003년 10월에 제대했다고 한다. 특수부대를 지원한 건 남들보다 빠르게 노동당에 입당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폭풍군단의 연원은 '김신조 부대'다. 11군단의 모체인 특수 8군단은 124부대를 중심으로 1969년 창설됐는데, 124부대는 1·21 청와대 습격사건을 일으켰다.
우리의 특수전사령부와 비슷한 부대인만큼 지원한다고 아무나 받아주진 않는다. 폭풍군단 부대원은 신체 조건은 물론이고 '토대', 즉 출신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고 선발한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1년간 공통 신병 훈련 후에는 격투기 유단자와 체력이 우수한 부대원을 선별해 혹독한 훈련을 거쳐 정예 전투원을 양성한다고 한다.
이씨는 폭풍군단 전투병 훈련에 대해 "대못을 여러 개 박아 놓은 나무를 맨다리로 걷어차기, 뜨겁게 달군 모래에 손날을 재빠르게 찔렀다 빼는 '손칼치기' 같은 극단적인 훈련을 반복하면서 인간 살인병기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밀폐된 공간에서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일대 일 격투기 훈련을 본 일이 있다"며 "볼펜이든, 주걱이든 주변에 있는 어떤 물건이든 살인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군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폭풍군단 부대원 개개인의 전투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북한군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최전방 전투에서 전공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 봤다.
그는 "폭풍군단의 역할은 유사시 적진 후방에 빠르게 침투해 요인 암살, 시설 파괴 등 임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현재 파병 부대가 향하는 지역은 그런 작전을 펴는 곳이 아닌 것 같더라"며 "미사일전(戰), 무인기전, 전자전 위주로 진행되는 이번 전쟁에서 폭풍군단이 어떤 성과를 낼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는 출신성분이 '좋은' 폭풍군단 청년들이라고 해도 외부 세계와 자유를 경험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신이 바로 그런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파병 부대원들이 신병 위주라면 확성기나 방송 등 여러 수단을 활용해 귀순을 유도하는 심리전이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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