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염재인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를 맞아 실적 개선에 시동을 걸었지만, 인력난 등 고질적 문제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인력 부족은 작업량 증가에 따른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데다, 빈번한 파업 역시 납기일 지연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조선업계는 인력 부족과 사고 예방, 생산성 확대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에 눈을 돌리고 있다.
3분기 실적 '흑자' 릴레이…넉넉한 수주 잔고에 실적 '청신호'
조선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먼저 삼성중공업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3229억원, 119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3분기 매출은 2조3229억원으로 하계휴가와 추석 연휴 등으로 인해 조업일수가 감소하면서 직전분기 대비 8% 내렸으나,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는 1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758억원) 대비 58% 증가한 1199억원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등 고수익 선종 비중 확대에 힘입은 결과다.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 매출 2조7031억원, 영업이익 25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한화오션은 2분기에 영업손실 96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나 3분기 매출액을 6.6% 상승시키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NG 운반선 매출 확대, 플랜트 사업부 편입 등이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며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HD현대의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31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2822억원)을 뛰어넘는 5366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데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아 올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수주잔고도 넉넉하다. 우선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54억달러(24척) 규모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 97억달러의 56%를 확보한 상태다. 친환경 컨테이너선, LNG 운반선, FLNG 등 다수 프로젝트의 수주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연간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은 상선에서 LNG선 16척, 원유 운반선(VLCC) 7척, 컨테이너선 6척 등 총 73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수주를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169척(188억4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135억달러)의 139.5%를 잠정 달성했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 조선·해양 부문의 수주 목표 72억달러(약 9조7200억원) 중 현재까지 68억달러(약 9조1700억원)를 수주하면서 목표치의 94.4%를 달성했다. 4분기 내 수주를 목표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까지 고려하면 올해 수주 목표는 초과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호황기 맞았지만…인력난·사고·파업 '삼중고'
국내 조선업계가 10여년 만에 호황기를 맞았지만, 산적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현재 조선업계는 약 3년치 일감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돌입했지만, 인력 부족부터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조선업계 종사자 수는 9만3038명으로 2022년(9만5000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 조선업계 장기 불황이 시작된 2014년 당시 20만3400명과 비교해서는 절반 이하 수준이다. 당시 업계는 장기 불황에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이뤄지면서 10만명이 넘은 인력이 빠져나갔다.
인력 부족이 심해지자 외국인 노동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인력의 외국인 비중은 10%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특정활동(E-7)과 비전문취업(E-9)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E-7 체류자격 소지자는 해당 직종에 부합하는 용접, 도장, 전기, 플랜트 등 전문 분야 작업을 수행한다. E-9 소지자는 그 외 조선업 내 각종 공정에 필요한 업무들을 담당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약 1000만 CGT(표준선 환산톤수)에 달하는 국내 적정 생산량을 감안할 때 조선업계 인력 부족은 올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2027년부터는 13만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주 계약은 증가하면서 사고 건수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올해 조선소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로 17명이 사망했다. 선박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과다한 작업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업체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사업장 평균 가동률은 105.2%로 최근 5년 내 최고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 현장에서 잇달아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이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경영인들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파업도 조선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앞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지난 9일 거제시 옥포사거리에서 공동 파업을 진행하고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28일 1차 공동 파업에 나선 이후 두 번째다.
조선노연에는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등 HD현대 3사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SG성동조선, HJ중공업, 케이조선까지 총 8개사 노조 및 노동자협의회가 참여하고 있다. 파업이 반복될 경우 선박 납기 지연 등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이를 방지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디지털 전환 통해 '돌파구'
인력난 등 고질적 문제에 조선업계는 '디지털 전환'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는 너나할 것 없이 이른바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 노동 집약형인 조선업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인력 부족과 생산성 확대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로보틱스, 자동화,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기반으로 미래형 조선소 구축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 조선소가 구축된다면 생산 등 전 부문에 걸친 자동화·디지털화로 인력 유출 대응을 비롯해 안전성 향상과 효율적인 생산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관련해 "조선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인력난과 안전사고와 같은 중대재해 문제"라며 "스마트 조선소를 통해 선박 건조 속도도 지금보다 개선돼 생산성도 확대되고, 인력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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