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KAI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19.9%(정규직 4251명·비정규직 847명)에 달한다. LIG넥스원이 4.26%(정규직 4102명·비정규직 175명)으로 가장 낮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7.03% (정규직 6368명·비정규직 448명), 현대로템이 9.05%(정규직 3611명·비정규직 327명)다.
한국수출입은행(지분 26.41%)과 국민연금공단(지분 9.29%)을 대주주로 둔 '공기업 성격'의 기업인만큼 KAI 정규직의 경우 고용 안정성이 높다. 지난해 4238명의 임직원 중 노조 가입률은 83.6%(3544명), 단체교섭 적용 비율은 98.1%다. 3개 노조가 있는 복수 노조 사업장으로 한국노총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조합이 대표 노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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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임금은 사업비… 단기적으론 '득'이어도 '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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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의 2배를 웃도는 비정규직 비율 때문에 KAI 계약직에는 '쓰고 버려지는' 이공계 인력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정부주관 혹은 업체주관(방위사업청) 연구개발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산업체는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이 진행된다. 별 다른 장치가 없다면 사업 존속 기간이 종료될 때 고용 계약도 끝난다.
프로젝트성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계약직으로 고용할 시 인금을 인건비 대신 사업비 항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고정비용이 줄어 재무 효율성 확보에 유리한 측면은 있다.
익명의 제보자는 "계약직 비율이 높아서 사내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면서 "(비정규직 직원도)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편"이라 했다. "경남에 거주하고 있어서 근무지 출퇴근은 문제가 없지만 계약직 또는 협력사 출신들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없다는 말에 이직하게 됐다"며 "계약이 연장되더라도 무기한 계약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KAI 입장에선 비정규직 확대로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고용불안에 따른 비정규직의 작은 이탈로 작업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방산사업의 경우 개발 기간이 길고, 납품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잦은 인력 교체는 비효율적이다.
잦은 인력 교체는 기술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KAI는 방위산업기술보호 통합실태조사에서 76점을 받았는데 경쟁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비 10점 이상 낮은 점수다.
KAI 관계자는"개발 사업이 많다보니 관련 분야 전문인 특수 계약직 비율이 높다"며 "개발이 진척되면서 정규직 전환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전체 임직원 수 대비) 계약직 비율은 9%대까지 내려왔다"며 "경쟁사인 현대로템과 유사한 수준"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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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민간기업… 공기업 관례 벗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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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의 공기업적인 성격과 구조가 신규인력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경우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제 29조에 의해 총액인건비제를 운영할 수 있다. 인건비 예산 총액 한도 안에서 조직, 인사, 인건비 예산을 운영하는 제도다.
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이 1, 2대 주주로 있는 것도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국책은행이 대주주로 있다 보니 경영평가가 '공기업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업 분야에 대한 정성평가 대신 재무적 안정성과 효율성만을 따지는 정량평가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정비용인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채용에서 고용 안정을 보장해주지 않는 이유도 이때문이라고 한다.
김성회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예산관리 시스템 차원이 아닌 사업적 차원에서 인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기관, 공기업의 성격을 띈 조직들은) 사업의 내용과 전망을 고려하지 않고 시스템 상으로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유형곤 국방기술학 센터장은 "기술의 축적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계속 양성하고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비정규직 계약 방식으로 인력을 채용해 ·개발을 진행하는 사업형태는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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