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훈 HD한국조선해양 전동화센터장(전무)은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선박 분야 전동화는 향후 K-조선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배터리 기술 발전과 연료전지 기반의 친환경 선박 기술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는 지난해 11월 그룹 내 계열사별 전동화 연구조직을 통합해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직속 전동화센터를 신설했다. 조선뿐 아니라 특수선과 건설기계, 로봇, 에너지 등 전동화 분야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권 센터장은 전동화가 이미 글로벌 산업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동화되는 이동수단과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해 ‘미래 모빌리티 혁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전동화된 자동차와 드론, 선박 등은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해 미래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것”이라며 “전동화가 ‘몸’이라면, 디지털 기술은 그 ‘머리’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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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추진 선박 연평균 10% 이상 고성장
HD현대가 주목하는 분야는 단연 선박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전기 추진 선박 시장은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중소형 선박과 연안 운항 페리에서 전기 추진 기술의 채택이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권 센터장은 “대형 화물선과 컨테이너선의 경우 전기 추진 기술만으론 아직 한계가 있지만, 연료전지와 같은 차세대 동력원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적용한 원자력 선박이 연구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선박의 전동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는 조선 분야에서 전기과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선박을 건조하며 전동화 기술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전기 추진 선박 사례로는 2022년 건조한 울산태화호, 지난해 블루웨일호가 있다. 올 초에는 하이브리드 추진 선박인 수산과학조사선 건조에 성공했다.
최근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는 전력 변환 기술과 연료전지 개발이다. 권 센터장은 “선박 전동화에 있어 전력 변환 기술은 핵심적인 요소로,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며 “연료전지는 대형 상선의 전동화 시대를 여는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선박용 연료전지 분야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HD현대는 올해 연료전지 자회사인 HD하이드로젠을 설립하고 연료전지 시스템 분야의 글로벌 리딩 기업인 핀란드 컨비온을 인수했다. 컨비온은 상업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발전 시스템을 보유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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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완전 전기 추진 함정’ 첫 도전
전동화의 전 세계적 흐름을 봤을 때 당장은 규모가 큰 초대형 선박보다는 함정과 건설기계 분야에 먼저 적용되는 추세다. 특히 전동화된 함정은 저소음과 저진동 특성으로 기동성을 높이며 유지 보수 부담도 줄일 수 있어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권 센터장은 “전기 추진 함정은 전력 분배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레이더 시스템과 전자전 장비, 고출력 무기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군사 장비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함정 전동화 초기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의 목표는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을 완전 전기 추진 함정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HD현대중공업은 함정 발전체계와 추진체계를 일원화해 세계 최대 용량인 25MW(메가와트)급 대용량·고출력 통합전력시스템을 적용한 KDDX 기본설계를 지난해 말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권 센터장은 “HD현대는 KDDX를 위해 통합전력시스템을 독자 설계하며 함정의 순항과 작전 모드에서 전력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미국이 관련 기술에서 앞서나가고 있으나 독자 개발을 통해 K-함정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자체적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차세대 구축함의 주요 전동화 기자재 국산화도 추진 중이다. 권 센터장은 “30MW급 추진 드라이브를 개발 중이며 이를 완전 전기 추진 함정에 적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함정 전기 추진 체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건설기계 역시 전동화가 빠르게 확산한 분야다. HD현대는 전기 굴착기와 같은 전동화 건설 장비를 시장에 출시한 상태다. 권 센터장은 “시장에 출시한 제품 성능과 효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배터리 기술 발전과 충전 인프라 확장이 전동화 건설기계 상용화를 가속하고 산업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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