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소설 '블러핑' 와디즈 펀딩] ]
이토는 동양척식주식회사도 한국에서 토지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려면, 조선인도 경영진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이 참여한 공공기관의 성격을 갖추어 야 자신의 속내를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나는 가늘고 흰 손가락으로 이토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두툼한 남자의 강한 손이다. 이토는 미나의 가냘픈 손을 지긋이 잡았다. 한일합병 후, 1906년 3월 초대 통감으로 취임한 이토는 가쓰라와 시부사와를 통감부로 불러들였다.
“어서 오게들.”
가쓰라와 시부사와는 이토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통감부의 이토 집무실은 화려 함의 극치라고 할 정도로 대단했다.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화려한 샹들리에, 열 명이 무리 지어 동시에 들어가도 될 정도로 큰 출입문은 접견자들을 주눅이 들게 하였다.
“영전을 축하드립니다.”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이토는 축하를 받으며 조선 주둔 일본군 사령관인 하세가와 대장을 불러 동석시켰 다.
“자네들과 논의할 아주 중대한 일이 있어서 오라 한 것이네.”
그 유명한 하세가와 대장이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모양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천하에 잔인하기로 소문이 난 하세가와도 이토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였다.
“한일합병은 대륙을 집어삼키기 위한 시작일 뿐이야. 일단 조선을 재빨리 장악하여 군수물자와 노동자들을 차출해야 한단 말이야. 일본 국민 20만 명은 조선으로 이주시키고, 조선인 50만 명은 일본 군수회사에 공급해야 해. 일본 국민을 이주시키려면 최소한 10만 정보의 토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자네들에게 자문을 받으려고 이렇게 만나자고 하였네. 자, 이제 좋은 생각들을 내놓아 보게.”
가쓰라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일본 내국인을 조선으로 이주시키면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은 번화가가 될 수밖에 없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서 추후 땅 값이 크게 뛸 테니 이건 땅 짚고 헤엄치는 것이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토지를 확 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경쟁자가 나오기 전에 끝을 내야 한다.’
가쓰라는 이토 쪽으로 몸을 돌려 말한다.
“각하! 대륙을 잡으려면 조선을 정신적으로 완전히 지배해야 가능합니다. 자칫하면 우리가 대륙을 치는 동안 조선이 배신할 수도 있고 그리 되면 우리는 보급로도 막히고 고립무원 상태가 됩니다.”
“그러니 자네들을 이렇게 부른 게 아닌가?”
“대륙을 치기 위한 전초 기지로서 조선에 군수산업을 이식하고, 군수물자 생산과 자원개발에 조선인을 징용하여 공장과 광산에서 일하게 하면 됩니다. 400만 명은 차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징용할 수 있겠는가?”
“대동아공영을 이루려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지요. 육군, 해병에도 조선인들을 앞세우면 됩니다. 학도병도 대량 징집할 수 있습니다.”
“오호, 일리가 있는 말일세.”
이토가 자신의 말에 호응을 하자 가쓰라는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간다.
“우리는 조선인을 이용해서 군수공장을 짓고, 조선인으로 하여금 군수물자를 생산 하게 하고, 정신교육을 시켜 조선인을 전장으로 데려가면 됩니다. 내선일체를 뼛속 까지 새겨 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선인의 저항을 초기부터 말살시킬수 있습니다.” 내선일체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 통치하기 위해 내놓은 민족말살정책 중 하나이다. '내(內)'라 함은 일본이 그들의 해외식민지를 '외지(外地)'라 부르고 일본 본토는 '내지(內地)'라 불렀고, '선(鮮)'이란 조선을 가리키는 말로, 일본과 조선이 일체라는 뜻이다. “황국신민화를 위해서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구호를 집회 때마다 제창하게 하 고, 조선어 교육을 폐지하고 일본어를 쓰게 하고 창씨개명을 하게 해야 합니다.”
“언제 이렇게 준비를 했는가? 가쓰라! 자네는 정말… 허허허”
시부사와는 가쓰라가 너무 앞서가는 것같아 불쾌했지만, 발권은행만 손에 쥔다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기에 가쓰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토는 오늘의 회합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팩션소설'블러핑'30]에서 계속...
[미드저니 와디즈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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