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대통령실이 북한군의 러시아에 파병에 대한 대응으로 모니터링팀을 파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즉, 전투원이 아닌 비전투 요원 파병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야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다만, 155㎜ 포탄 등 살상용 무기 지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아직까지 우크라이나로부터 무기 지원 요청은 없었다며 지원을 하더라도 방어용 무기가 먼저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우방국 우크라이나 위해 북한군 모니터할 의무 있어… 우크라 특사와 논의"
"우크라 무기 지원 요청 없어.. 방어용 무기 지원이 먼저"
대통령실은 30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전황분석팀 혹은 모니터링팀 파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비전투요원 파병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로서는 우크라이나라는 우방국에 북한군 활동의 전황을 전하고 분석하고 모니터하는 의무가 주어져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도 방어적으로 정당하게 그들의 활동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군의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하고 분석할 수 있는 팀을 미리 만들어서 보낼 준비는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모니터링팀에 심리전 요원이나 북한군 심문 지원 인력 등이 포함될지에 대해서는 "단지 현지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문제에 그칠 것이냐, 아니면 북한군의 심리적 동요와 이탈에 관한 문제까지도 우크라이나 정부와 함께 협의해서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며 "팀을 꾸리는 가운데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특사가 이번 주 한국에 도착하면 구체적 대응 협력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사가 한국에 조만간 오게 되면 구체적으로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어떤 협력을 할지 논의를 할 것"이라며 "레드라인을 정해두면 레드라인이 뚫렸을 때 다음 방책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침착한, 절제된, 원칙에 입각한 '단계적 대응방안'을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을 지원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포탄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직접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틀렸다"고 일축했다.
이어 "설사 무기 지원 이야기가 논의된다고 해도 일차적으로는 방어용 무기 지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아직 아무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다음 '단계적 조치'의 결정적 기준은 북한군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전투 개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기를 지원하더라도 방어용 무기를 먼저 제공하되 북한군의 개입이 심화하면 공격용 무기 제공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방어용 무기로는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는 천궁Ⅰ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천궁Ⅱ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지원을 요청한 바 있는 재밍 드론과 재밍 내성 드론 등이 거론된다.
살상용 무기로는 △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155㎜ 포탄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호크 지대공미사일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호크는 우리 군이 1960년대 미국에서 도입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로 국산 천궁 미사일 도입에 따라 퇴역·불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정보본부는 30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일부 선발대가 전선에 투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혀 대통령실이 언급한 '단계적 조치'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이날 국방정보본부 국감 후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을 했다.
이날 국방정보본부는 북한군 전선 투입 보도에 대한 질문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돼있다는 정확한 정보는 아직 없다"면서 "일부 선발대가 전선에 투입됐을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쿠르스크 등 전장으로의 이동이 임박해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野 "국회 동의없이 파병하면 국방장관 탄핵" "살상무기 지원 검토 즉각 중단"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우회적으로 국군을 파병할 경우 강력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하면서 살상무기 지원 검토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육군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최고위원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 60조에는 국회가 국군 해외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고 돼 있다"며 "해외에 한 명이라도 보내면 파병"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부는 모니터링단, 참관단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동의를 피해 파병하는 꼼수를 쓰려고 하지만 대북 심리전을 전개하거나 북한 포로를 심문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대리전을 자청하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국회 동의 없이 파병한다면 민주당은 국방부 장관 탄핵 등 다양한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원하지 않는데도 남의 나라 전쟁에 함부로 개입해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전쟁에 개입할 경우) 주권자인 국민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권력 위임을 철회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김병주 의원과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시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류 지원은 군수품관리법 제14조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임과 동시에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약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직원들이 나토 본부로 출장 간 목적과 결과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방부 육군 탄약 정책담당관 등 군 관계자들이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 출장을 나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며 "국방부 직원들의 공무상 출장 목적과 결과를 명백하게 밝히라"고 말했다.
국민여론, 우크라 무기지원 파병 모두 '반대'가 압도적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나 파병 모두 부정 여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의약품, 식량 등 비군사적 지원만 해야 한다'는 응답이 66%, '어떠한 지원도 하지 말아야 한다' 16%,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 13%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꽃이 10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전화면접조사 결과 '파병에 찬성한다'는 12.8%, '반대' 83.7%로 집계됐다. ARS조사에서도 '찬성' 13.0%, '반대' 79.0%로 나타났다.
또,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에 관한 전화면접 조사에서도 '반대한다'가 74.2%, '찬성한다' 20.5%로 집계됐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에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도 찬성( 29.1%)보다 반대(65.5%)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편, 살상무기의 '직접 지원'은 국내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외무역법 제26조는 전쟁 불개입과 살상무기의 수출 금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전략무기 지원은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와 국가안보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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