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도·보수' 인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최근 이상돈 전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도 회동을 하며 외연 확장을 꾀한 것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이 차기 대선 준비 조직인 집권플랜본부를 가동하며 중도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오는 11월 2개의 1심 판결을 앞둔 가운데 차기 대권 주자의 지위를 공고히 함으로써 사법리스크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가 진보 진영은 물론 잠재적인 대권 주자 가운데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여준 "대통령 신뢰도 낮아 무슨 정책도 효과 없어" 이재명 "길을 좀 열어달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0일 '보수 책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여의도 모처에서 만났다. 이번 회동은 이 대표 측에서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윤 전 장관에게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윤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 환경장관을 역임했고 이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바 있으나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해 중도 보수 인사로 분류된다.
이날 이 대표는 윤 전 장관에게 "이럴 때 어르신이 꼭 필요하다. 정말 지혜가 필요한 때 같다"며 "여러 상황이 좋지 않아 한번 말씀을 (해주시라)"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장관은 "국제 정세나 국내 상황이나 경제 문제가 복잡하고 힘들어 지는 것 같은데 국가 이끄는 리더십도 흔들리고 불안하다"며 "그런 점에서 나이 많은 사람은 걱정이 많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적 역량을 다 모아도 쉽게 헤처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올 것 같은데 더군다나 윤 대통령의 국민 신뢰도가 낮아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며 "국민적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은데 별로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이 대표에게 "다수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책임이 무거울 것 같다"면서 "야당으로서 할 역할이 제한적이고 대통령이나 여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지만 (대통령과 여당은) 뭘 해보자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결국 대통령이나 집권 당에 절대 도움되는 게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소수당"이라며 "근데 다수당하고 그렇게 대화를 안한다는 것은 민주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으로도 절대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런 길을 좀 열어달라"고 부탁했고 윤 전 장관은 "(제가) 그런 역량이 있나"라고만 답했다.
이 대표는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 후 기자들과 다시 만나 "윤 전 장관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윤 전 장관도 회동 후 "여러 이야기를 했다"면서 "제 의견을 물어보신 게 여러 가지 있었지만 나이 먹은 사람이 특별한 의견이 뭐 있겠나. 제가 조언할 만한 위치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최근 중도 보수 원로들과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보수 원로로 꼽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비공개로 만나며 국정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들 세 사람은 이 대표가 2022년 당시 대통령 후보 시절에도 만났던 인물이다. 대선 당시 만났던 정치권 원로를 연이어 만나면서 보수·중도층으로의 확장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즉, 사실상 대권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민주, '집권플랜본부' 가동하며 대선모드 돌입.. 중도 공략 박차
민주당도 이미 '대선 모드'로 들어갔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인 '집권플랜본부'가 지난 23일 공식 출범한 것이다.
집권플랜본부는 민주당이 목표로 하는 정권교체를 위해 정책·조직·전략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로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이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또, 친명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김윤덕 사무총장과 김병욱 전 의원이 각각 총괄수석부본부장과 총괄부본부장을 맡았고, '대장동 사건'을 변호한 김동아 의원과 친명계 모임 더민주혁신회의 대표 출신인 강위원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름을 올렸다. 즉, 사실상 '이재명 정부'를 미리 준비하는 모임이라는 평가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 28일 열린 집권플랜본부의 첫 행사가 문화 정책을 주제로 했다는 점이다. 정쟁 이슈가 아닌 문화를 앞세운 것은 차기 집권을 위한 중도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즉, 대선 승패는 중도무당층이 좌우하는데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민감한 정치 현안보다는 문화같이 소프트한 내용으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이날 김민석 최고위원은 "집권플랜본부는 품격 있는 기본 사회 및 역사·문화가 있는 먹사니즘을 추구한다"며 "그래서 첫 세미나 주제도 정치나 경제가 아닌 문화 정책과 문화 선진국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화 정책을 발전시켜 문화 주도 성장과 콘텐츠 주도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8일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민주당의 경우는 이재명 대표가 최근에 본인 스스로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하셨고 이것이 민주당의 정책 향후 방향을 이미 예고했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 민주당의 정책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차기 대권주자 위상 확보하며 사법리스크 대응?
여론조사서는 이재명 차기대권 주자 압도적 1위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대권 행보는 '외연 확장'과 더불어 11월 예정된 1심 선고를 앞두고 사법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차기 대권주자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면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오더라도 여론이 정치적 탄압으로 인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집권플랜본부도 당내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는 이재명 대표가 진보진영은 물론 전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대표는 45.0%,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18.6%로 나타났다. 이 대표가 한 대표보다 2배 이상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다른 잠룡들은 모두 한자리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도층에서도 이재명 44.7%·한동훈 15.0%로 이 대표가 압도했고, 민주당 지지자(78.3%)와 진보층(71.6%)에서는 이 대표의 지지 강도가 더욱 강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이재명 43.3%·한동훈 23.6%)과 대구/경북(이재명 37.5%·한동훈 22.6%), 70세 이상(이재명 33.2%·한동훈 29.0%)에서도 이 대표가 한 대표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2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 양자대결에서는 응답자의 53.6%가 이재명 대표를, 30.2%는 한동훈 대표를 꼽았다.
해당 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대부분의 지역과 연령층에서 한 대표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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