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제품 중 따라하기 쉽고 수익성 좋은 제품 베껴 가격 낮춰 출시
[포인트경제] 쿠팡이 자체브랜드(PB) 개발 과정에서 납품업체의 인기 제품을 베껴 성공시켰다는 의혹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정황은 PB상품 순위 조작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법 위반은 아니라는 판단에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상위제품 중 따라하기 쉽고 수익성 좋은 제품 베껴 가격 낮춰 출시 후 원본제품과 경쟁 추적 및 1위 조작
공정위는 이날 공개한 '쿠팡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건' 의결서에서 "쿠팡이 판매되는 상품 중 주로 판매량과 단위당 매출이익(GPPU)이 높아 수익성이 좋고 생산공정이 단순한 상품들을 선별해 PB상품으로 생산했다"라고 요약 설명했다.
쿠팡이 부문별 1∼100위 상위 상품 가운데 판매량∙수익성∙생산 공정의 단순성 등을 기준으로 모방 제품을 추려 PB상품으로 개발했다는 것이다. 인기제품 중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제품, 따라하기 어려운 고기능 상품은 모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PB상품 출시 후에는 제품의 판매자이자 플랫폼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 원본상품과 비교하며 꾸준히 관리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쿠팡이 검색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을 동원한 리뷰 작성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결서에는 쿠팡이 모방 PB상품은 허위 리뷰 및 검색 수위 조작 등 일명 '부스팅'(밀어 올림)으로 판매량을 늘린 정황과, "PB상품이 이 분야 1위 상품이 되면서 경쟁 원본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함" 등 인위적 1위 순위 조작이 의심스러운 쿠팡 내부 자료가 등장하기도 했다.
다만 공정위는 데이터를 활용해 PB상품을 출시하는 방식 자체는 법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직매입한 상품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문제가 될 수 없고, PB상품인 생수나 물티슈 등이 기술 탈취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 플랫폼 쿠팡이 이중적 지위로 납품업체들의 영세 상권을 침탈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 공정위는 검색 알고리즘 조작 등 PB 상품 부당 우대 행위에 대해서 쿠팡 측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628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쿠팡은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정위가 공개한 '2021년 쿠팡 내부자료'에서는 'PL 조직의 상품 프로모션 운영으로 발생한 문제' 5가지가 논란을 빚었다. 내용으로는 ▲시즌과 맞지 않은 상품이 상단 랭킹 유지로 고객 불만 ▲특정 검색어 검색 결과가 대부분 PB상품들로 검색 결과의 다양성 저해 ▲광고비를 써도 상단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타 브랜드 업체의 불만 ▲별점 낮은 PB상품은 1페이지 내 인위적 노출로도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 등이다.
이 내부자료에는 임직원들에게 내리는 리뷰 작성 매뉴얼도 나오는데, 회사로 배송된 모든 제품에 대해 당일 리뷰를 장점 위주로 4줄 이상 적어야 하고, 실사용 후기처럼 써야 하며, 회사에서 찍은 티 나지 않도록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등의 요청이 보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체험단 얘기는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도 있어 조작 의혹이 깊어졌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회사의 경쟁력이 상품 추천에서 나오며 이는 대형마트에서 PB상품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는 것과 같은 행위로 유통업의 본질이라고 반발했다. 또 임직원 후기 평점이 일반인 후기 평점보다 낮고, 입직원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고지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부당한 상황을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쿠팡은 납품업체에 '갑질' 의혹도 받고 있는데, 매입을 빌미로 홈페이지 노출 광고 비용을 요구하고 정작 매입을 하지 않거나, ‘어워즈 엠블럼’이란 새 제도를 앞세워 납품업체한테 대가를 받고 있어 논란이 있었다. 또 PB상품의 제조를 위탁한 수급사업자에게 그들이 판매하는 일반제품에 대해서도 PB상품 단가로 제품을 판매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 모기업 쿠팡Inc는 검색순위와 구매 후기 조작뿐만 아니라 입점 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들과 과징금을 비롯해 최근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의 영업 손실로 올해 2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2022년 3분기 이후 흑자를 지속하다가 8분기 만에 하락이다.
이외에도 알리익스프레스·테무 같은 중국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공세까지 더해 3분기에도 수익성 개선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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