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전어’는 옛말?···‘기후플레이션’에 밥상 바뀌었다

‘가을전어’는 옛말?···‘기후플레이션’에 밥상 바뀌었다

이뉴스투데이 2024-10-30 1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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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뉴스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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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금사과, 금배추에 이어 이제 토마토까지 금값이다. 높은 수온으로 전어 어획량이 줄면서 '가을전어'는 옛말이 됐다. 이례적으로 9월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8월(119.38)보다 0.2% 하락한 119.17(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되며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전월 대비 등락률을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5.7%)과 축산물(8.2%) 등을 포함한 농림수산품이 5.3% 높아졌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배추(61.0%), 토마토(51.1%) 등 채소와 돼지고기(16.1%), 쇠고기(11.2%) 등 축산물이 많이 올랐다.

양나경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9월 추석까지 폭염이 이어지는 등 기상 악화로 작황이 부진해 배추와 토마토 등 채소류를 중심으로 농림수산품 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자료를 보면 전날 기준 배추 한포기 소매가격은 6627원으로 나타났다. 가장 비쌌던 지난달 9963원보다 33.4% 감소했지만 평년(4912원)보다는 여전히 34.9% 비싼 가격이다. 토마토(1kg)는 9723원으로 평년(7763원)보다 25.3% 올랐다. 지난 17일에는 1만4094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상기후가 외식업계에서는 채소류 수급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15일부터 일부 버거 제품에서 토마토를 빼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국맥도날드는 경기도,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연간 약 2000t의 토마토를 공급받고 있는데 올 여름 폭염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도 샌드위치와 샐러드에 제공하는 토마토 수량을 제한했다. 롯데리아는 매장별로 양상추와 함께 양배추를 섞어 쓸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원재료 수급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급처 다원화, 지자체와 함께 스마트팜 육성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류 가격이 들썩이면서 이른바 '김포족'(김장 포기족)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명 중 7명이 김장을 포기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농식품 구독 플랫폼 '월간농협맛선'이 지난 18~23일 회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72%(중복응답)에 달했다. 김장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번거로움'(47.2%)이 가장 많았고 이어 '가족 구성원 감소'(37.6%), '시간 부족'(33.1%), '김장 재료 가격 상승'(30.8%) 등으로 나타났다.

홈쇼핑에서는 연일 포장김치 품절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GS샵에 따르면 이달 3차례 진행한 포장김치 판매 방송에서 준비한 물량이 5분만에 모두 매진됐다. GS샵은 상품의 방송일을 알려주는 '방송 알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종가 포기김치 상품은 알람 신청 고객만 4~5만 명에 달한다. 김치 재입고 요청도 5000건씩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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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까지 이어진 폭염의 영향은 바다에서도 나타난다. 높아진 수온 탓에 전어 어획량이 반토막나면서 롯데마트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어회를 팔지 않는다.

국내산 수산물 어획량이 전반적으로 줄면서 최근 대형마트 수산물 매출에서 수입산 비중이 최대 70%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롯데마트 수산물 매출에서 수입산 비중은 지난 2021년 65%에서 지난해 70%로 높아졌고 올해도 70%를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에서도 수입산 비중이 2021년 46%에서 올해 48%로 높아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농수산물 수급과 관련해 "기존 산지에 구애받지 않고 대체 산지를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해외 소싱 등 대체 상품을 마련하거나 스마트팜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농수산물 공급 불안 사례가 나타나며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 '기후플레이션'까지 등장했다. 이상기후로 생산이 줄어서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불안은 장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근본적인 기후변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고수온 피해와 근본적인 기후 변화 대책을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주요 수산물 가격과 수급 동향을 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정부 비축 물량 방출, 수산물 할인 행사 등 가능한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연내 배추 등 원예농산물을 중심으로 저온 저장시설 비축 확대, 스마트팜 확대 등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축 물량과 기간을 늘리려 한다"면서 "지금 봄배추를 수확해 최대 60일간 8월 말까지 비축하는데 비축 기간을 9월까지 한 달 늘리면 수급 안정에 크게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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