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자본잠식에 빠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통해 재정난을 타개하고자 했으나 금융당국의 제지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장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HUG는 전날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절차를 중단했다. 앞서 HUG는 지난 28일 금융당국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전날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다음 달 5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관계 부처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받아 발행 작업이 일시 중단됐다. 이는 정부의 가계대출 부담과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영산대 부동산학과 서정렬 교수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상황에서 HUG의 자본확충이 대출 확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큰 틀에서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UG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중단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와 주택금융시장 등의 안정적인 관리를 두고 관계 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HUG 측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신종자본증권 중단 요청으로 시기를 미루고 있으며 현재 중단 사유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HUG의 자본확충 지연으로 당장 내년부터 핵심 업무인 전세대출 및 전세보증금 반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피해를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통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분류돼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HUG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지난 1993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전세 사기 등 보증 사고의 손실이 커지면서다.
실제 HUG의 대위변제액은 지난 2021년 5041억원에서 2022년 9241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3조5544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9월까지 3조220억원으로 4조원대의 손실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서진형 교수는 “방만 경영이 아닌 전세 사기 등 보증 사고에 따른 적자로 인한 자본확충인데 금융당국이 HUG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는 정부 정책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HUG에 떠넘긴 모양새로 조속히 자본을 늘려 재차 부실화되지 않도록 운용 자율성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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