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캡틴들이 함께했다. 임시 주장 제시 린가드(왼쪽)와 ‘원조 캡틴’ 기성용은 30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구단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서로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남은 경기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제공|FC서울
FC서울 주장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앉았다. ‘원조 캡틴’ 기성용(35)과 최근까지 주장 완장을 차고 동료들을 독려한 제시 린가드(32·잉글랜드)다. 이들은 30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구단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올 시즌을 돌아보는 한편 파이널 라운드의 목표와 도전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서울 주장은 기성용이지만 부상으로 이탈한 동안 린가드가 그 역할을 맡아 5년 만의 파이널A(1~6위) 진입에 크게 기여했다. 둘에게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기성용은 2012년 여름부터 2020년 1월까지 스완지시티~선덜랜드~뉴캐슬에 몸담았고, 린가드는 201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K리그를 누빈 역대 외국인선수들 중 가장 이름값이 높지만, 린가드는 솔직했다. “처음 왔을 때는 이처럼 터프하고 힘들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 쉬운 마음이었는데, 2경기를 치렀을 때 (김기동) 감독이 미디어를 통해 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신을 차렸다. 경기를 뛰면서 템포와 스타일, 리듬에 얼마간 적응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노팅엄과 계약이 만료된 뒤 무적 신분으로 지내다 올해 초 서울 유니폼을 입은 린가드는 K리그1 23경기에서 5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시즌 도중 부상이 없었다면 기록이 더 좋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임시 주장의 헌신 속에 서울은 1차 목표인 파이널A 진입에 성공해 다음 목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0-2를 동점으로 만든 17라운드 울산 HD 원정이 터닝포인트였다. 매 경기 명확한 계획을 짜고 소통하면서 모두를 이해시키는 김기동 감독과 함께하며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우린 늘 엄청난 지지와 환영을 받고 있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다음달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36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ACL 티켓의 향방을 가를 일전이자, 꿈의 50만 관중 시대를 향한 도전의 장이다. 앞선 홈 16경기에 43만4426명을 불러모은 서울은 남은 홈 2경기에서 6만5574명을 추가하면 유료관중 집계 이후 K리그 첫 50만 관중을 달성한다.
린가드는 “3경기가 남았다. 포항전이 출발이다. 믿음을 가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기성용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성용은) 기술적이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걸 EPL에서도 느꼈다. 여기서 많은 도움을 줬다. 내게 없는 리더십을 끌어내도록 도와줬다. 부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늘 도움을 주려 했다. 주장으로, 또 리더로 많은 가르침을 줬고 많은 것을 배웠다.”
환한 미소로 자리를 지킨 기성용도 입을 열었다. “주장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항상 미안했다”고 고개를 숙인 그는 “여전히 100% 몸 상태는 아니나,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 몇 분을 뛰더라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 ACL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이어 “감독님이 오며 팀이 안정됐다. 신뢰가 쌓였고, 자신감이 생겼다. 감정적으로도 중심을 잡아줬다. 수비가 안정을 찾자 공격도 좋아졌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이 됐다”며 “린가드 역시 좋은 리더십을 보여줬다. 팀을 위해 희생한다. K리그에서 뛰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자신을 내려놓고 헌신하는 모습이 참 고맙다”고 엄지를 세웠다.
구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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