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에 암살단 활용 인정에 "뻔뻔스러운 자백" 비난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재임 기간 벌인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필리핀 의회에 출석해 '암살단'(death squad)을 운영한 사실을 인정한 것을 놓고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회에서 나온다.
그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현 대통령 정부는 ICC의 두테르테 전 대통령 조사를 거부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이들 사이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마르코스 대통령의 자세가 바뀔지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인콰이어러·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의회 증언과 관련,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과 알린 브로사스·프랜스 카스트로 하원의원 등은 ICC 등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혼티베로스 의원은 전날 필리핀 법무부와 ICC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의회 증언을 활용해 그를 기소할 것을 촉구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 28일 상원 '마약과의 전쟁' 조사위원회에 출석, 마약 용의자 사살을 위한 암살단이 있었다면서 "내 명령에 따른 경찰 행동에 대해서는 내가 전적으로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이 경찰에 마약 용의자를 죽이라고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용의자들이 공격하도록 도발해 그들을 사살할 이유를 만들라고 경찰에 재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혼티베로스 의원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암살단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폭탄 발언"이라면서, 법무부와 ICC가 그의 여러 '자백'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의원은 경찰이 용의자들을 죽이기 위해 도발하도록 자신이 부추겼다는 그의 자백은 "인권과 적법 절차의 명백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자신이 책임을 인정했으므로 더 이상 정의를 추구하는 데 지연이 없어야 한다"면서 "그의 자백으로 ICC와의 완전한 협조가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브로사스 의원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뻔뻔스럽고 사과 없는" 자백을 했다면서 마르코스 행정부가 그에 대한 ICC의 조사를 막는 것을 그만두고 ICC와 협력해 수천 명의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니 아반테 하원의원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 관련 살인에 대한 책임을 인정함에 따라 국내외에서 그에 대한 기소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8년 ICC가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필리핀은 ICC를 탈퇴했다.
이후 ICC가 정식 조사에 나서자 필리핀은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며 조사 유예를 신청하기도 했으나, ICC는 필리핀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며 조사 재개를 결정했다.
이에 후임 마르코스 대통령은 ICC의 조사를 거부한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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