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청정지역 동해에서 닭 집단 폐사…긴급 살처분·소독 진행
럼피스킨·ASF 등 가축전염병 발생 지역도 방역 고삐 바짝 죄여
(전국종합=연합뉴스) 30일 올가을 첫 농장 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서 처음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산란계 농장은 긴장 속에서 긴급 살처분 작업이 이뤄졌다.
방역 당국은 취재진은 물론 주민 통행도 엄격히 제한한 가운데 닭과 오리들을 땅에 묻었고 농장 주변과 출입로를 연신 소독했다.
럼피스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철새를 타고 확산할 수 있는 고병원성 AI로부터 지역을 지키고자 방역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 2중 차단선 설치하고 출입 엄격 통제…멀리서는 닭 울음소리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이날 오전 AI 항원이 검출된 동해시의 한 산란계 농장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취재진을 발견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는 손을 뻗으며 농장 100여m 앞에서부터 접근을 엄격히 막았다.
멀리 야산 아래에 비닐하우스로 이뤄진 농장 주위로는 흰색 방역복과 마스크, 신발 덮개 차림의 관계자들이 긴급 초동방역에 여념이 없었다.
농장에서 멀리 떨어진 도로는 물론 농장 출입구 바로 앞까지 설치된 2중 차단선이 사태의 급박함을 알렸다.
이윽고 살처분 작업 차량과 작업자들이 농장으로 향했고, 멀리서는 닭들의 울음소리가 점차 크게 퍼졌다.
차량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은 마을 길에서는 방역 차량이 연신 소독액을 분무하며 지나갔다.
고병원성 AI로부터 비교적 청정한 지역으로 여겨지는 동해에 농장 내 감염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철새 도래지인 강릉이나 양양에서는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철새 사체가 가끔 발견되지만, 농장 내 발생은 드문 까닭이다.
이 때문에 동해시 농장 내 고병원성 AI 발생에 철새의 영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멀리서 농장을 바라보던 주민 A씨는 "직선으로 2㎞도 안 되는 거리에 전천이라는 강이 있다"며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철새들이 많이 날아온다"고 말했다.
이 농장에서는 전날 오전 9시께 닭 50마리가 폐사한 것을 농장주가 확인하고 의심 신고를 했다.
상황을 전파받은 동물위생시험소에서는 가축방역관을 현장에 파견해 정밀 검사해 H5형 항원 양성을 확인했다.
이 농장에서는 기르던 산란계 700여 마리와 오리 70여 마리는 모두 살처분됐다.
중수본은 전국 가금농장과 축산시설에 대해 일시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라 철새도래지, 가금농장 등에 대한 소독, 점검, 검사 등 방역관리를 강화한다.
발생 농장과 역학적인 관계가 있는 농장 7곳과 축산 차량 3대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전국 철새도래지 주변 도로와 인근 가금농장을 소독한다.
또 전국 소규모 가금농장 1천328곳의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다음 달 15일까지 점검하고 철새도래지 등 위험지역 내 소규모 가금농가는 수매를 추진한다.
강원도 방역 당국은 발생 농장 반경 10㎞ 이내 방역대에 있는 207개 농가와 역학 조사 관리 대상 5개 농가에 대한 소독, 예찰과 정밀 검사를 이어가고 있다.
석성균 도 농정국장은 "조류인플루엔자 안전지대가 없다는 새로운 각오로 차단 방역에 더욱더 매진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 럼피스킨·ASF 안심 못 해…전국이 방역 고삐 바짝
럼피스킨과 ASF로 몸살을 앓아온 전국 지자체들은 이날 강원도에서 전해진 고병원성 AI 발생 소식에 가축전염병 방역 고삐를 단단히 죄고 있다.
전날 지역 젖소농장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한 경기 안성시에서는 역학조사와 함께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전날 안성시 소재 젖소 114마리를 사육 중인 젖소농장에서는 9마리가 럼피스킨에 확진됐다.
시 방역 당국은 양성 판정을 받은 젖소를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살처분하는 한편 관내 소 사육 농가에 상황을 전파하고 방역대 농가를 대상으로 임상 검사를 하고 있다.
전남도는 29일 전남도청에서 소 럼피스킨·AI 방역 대책 회의를 열고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고병원성 AI는 이달 10일 전북 군산 만경강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된 이후 경기 용인과 제주에서 2건이 추가로 검출됐다.
전남에서는 순천·장성의 철새도래지 주변 야생조류 분변에서 저병원성 AI(H7N7·H5N3)가 나왔다.
도는 닭·오리 농가의 출하 전 검사 실시, 방사 사육 금지 등 특별 방역 대책을 추진 중이다.
울산시도 고병원성 AI 전파를 막기 위해 방사 사육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다.
AI가 야생 조류 분변으로 인해 전파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에 지역 가금 농가 1천201곳을 대상으로 10일부터 방사 사육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들 가금 농가에서는 닭과 오리 등 모두 38만5천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시는 파악했다.
울산에는 매년 10월이면 수만 마리에 이르는 까마귀 떼가 출현한다.
시는 또 3천 마리 이상 키우는 규모가 있는 산란계 농가인 10개 전업 농가(전체 35만4천여 마리)를 대상으로는 가축 방역 전담 공무원 3명이 평소보다 산란율이 떨어지는지, 폐사율이 높아지는 등을 직접 확인하며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25일 당진에서 소 럼피스킨이 발생함에 따라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도는 발생 농가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소 17마리를 살처분했고, 당진시와 인접한 아산·서산·예산까지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고병원성 AI 발생과 유입 차단을 위한 방역도 이뤄지고 있다.
천안시는 설치·운영 중인 거점 소독시설 등 방역 초소 5곳을 점검하는 등 방역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경남도는 늦더위가 물러난 지난 10월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5개월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특별방역대책을 추진한다.
올해 이례적으로 초여름에 접어드는 지난 5월 창녕군에서 AI가 발생해 닭·오리 6만3천여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경남 축산농이 긴장했다.
과거 AI 발생지, 철새 바이러스 검출지가 있는 8개 시군, 37개 지역을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했다.
주남저수지, 우포늪 등 철새도래지 13곳에서 분변·폐사체 확보, 살아있는 철새 포획 등 방법으로 월동 철새에 AI 바이러스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검사한다.
도 관계자는 "농장에서는 출입 차량과 사람을 통제하고 야생조류 차단을 위한 그물망 정비 및 소독 등 차단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며 "AI 의심 증상이 있으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형재 이승형 이정훈 박병기 김소연 임채두 장영은 장덕종 최해민 양지웅)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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