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내 SNS 못봤으면"…세컨폰 개통하는 직장인들

"상사가 내 SNS 못봤으면"…세컨폰 개통하는 직장인들

르데스크 2024-10-30 15:32:19 신고

3줄요약

최근 세컨폰을 개통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과 사를 나누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직장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서다. 남녀갈등 등 사회적 갈등이 기업 리스크로 연결되는 만큼 최근 기업들은 직원들의 SNS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에 근로자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자칫 회사에 노출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세컨폰을 마련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휴대폰 가입자는 약 5692만으로 지난해 동월(5612만) 대비 80만명 증가했다. 국내 인구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정작 휴대폰 가입자들은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세컨폰 가입자 수 증가 요인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세컨폰은 말 그대로 두 번째 휴대폰으로 주로 사업자들이 많이 사용해 왔다.


최근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세컨폰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과 생활을 완벽하게 분리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퇴근 후 업무관련 전화나 연락을 피하는 것을 넘어 회사가 나의 SNS 자체를 몰랐으면 하는 심리다. 세컨폰을 구매하면 새로운 번호가 발급되는 만큼 SNS 아이디도 하나 더 만들 수 있다. 본래 SNS를 숨기고 세컨폰으로 만든 더미 SNS를 회사에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직장인들이 세컨폰을 장만하면서까지 SNS를 숨기려는 이유는 기업들의 관심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근로자 SNS까지 찾아보는 기업들은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직원 개인의 문제가 회사까지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에 사측에서도 이를 관리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커리어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해 기업 인사담당자 3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3.7%가 SNS를 살펴본다고 답했다. 무려 10개 중 7개 기업이 직원 SNS를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한 인사담당자는 "SNS에 올라온 개인 사생활을 성과 등에 반영하지는 않지만 회사에 리스크가 될만한 행동을 하는지 정도는 참고한다"고 밝혔다.

 

▲ 세컨폰을 개통하면 새로운 번호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회사 노출용 SNS를 만들 수 있다. 사진은 휴대폰 개통을 기다리는 소비자들. [사진=뉴시스]

 

SNS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에 직원들의 SNS는 기업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실제로 직원 개인의 SNS가 회사 전체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록시땅 코리아의 한 직원이 본인의 SNS에 앰버서더인 세븐틴 민규의 비공식 사진을 유출시켜 논란이 됐다. 8월에는 한 클럽 직원이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자신이 일하는 클럽에서 술값 3000만원을 썼다는 거짓 정보를 SNS에 올린 사건도 있었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 SNS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다.


반면 근로자들은 회사가 자신의 SNS를 보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적인 영역을 감시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일부 직장인들 중에는 사 측이 공식적으로 SNS를 요구하거나 감시한다고 밝히지 않았음에도 뒤에서 SNS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종로구 소재의 대기업을 다니는 김승재(33) 씨는 "회사가 내 SNS까지 감시하는 느낌을 받아서 올해 9월 세컨폰을 개통했다"며 "단 한 번도 여름휴가 계획이나 SNS 아이디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부장이 내가 어디 갔는지 알고 있어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전화번호만 알면 SNS 찾는 것은 일도 아니기에 그때 회사에서 SNS를 통해 내 사생활까지 보고 있단 것을 확신해 세컨폰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구로의 한 게임사를 다니는 홍규성(29) 씨도 "딱히 잘못한 것은 없지만 내 SNS에 노출되는 사상이나 정치 성향 등이 회사 인사평가에 반영될까 두려워 세컨폰을 구매해 SNS를 옮겼다"며 "기업들이 사생활은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은 하지만 인사팀과 상사도 사람인데 정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의문이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SNS 활동은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만큼 이를 통해 근로자 대우나 성과평가에 차별을 두면 안 된다고 말한다. 기업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거나 관련 게시물이 해를 입히는 경우에는 징계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초 소재의 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SNS는 사생활 영역으로 회사가 이를 간섭할 권리는 없다"며 "다만 SNS의 게시물이 회사 기밀 정보를 발설하거나 구체적인 피해를 입히면 충분히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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