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정부가 올해 30조원에 이르는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여윳돈(2조~3조원) 일부를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 및 주거복지 상향을 목적으로 조성되는 저소득층의 임대주택 공급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추가 지출은 늘어나는데 공급이 줄고 있어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주택기금 여유자금 운용평잔은 15조8073억원으로 직전 분기(17조7199억원) 대비 1조9126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20조2280억원과 비교하면 4조4207억원 줄어들었다.
주택기금 여유자금 운용평잔은 2016년 40조7508억원으로 첫 40조원대를 돌파한 뒤, 상승세와 하락세를 오가다 2021년 45조41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2년(43조647억원)부터 올해 2분기까지 급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2021년과 올해 2분기를 비교하면 무려 29조2337억원 차이가 난다.
주택도시기금이 지난달 3일 공시한 '2024년 2분기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성과'에 따르면 2분기 수익률은 0.76%를 기록했다. 1분기 시장의 기준 수익률로 볼 수 있는 벤치마크(BM) 수익률 1.33에 비해 -0.56%포인트(p)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국내주식형(4.78%)과 국내채권형(1.35%), 해외주식형(5.24%)에서 수익을 올렸으나, 해외채권형(-0.22%)과 대체투자(-2.60%)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주택도시기금의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8.26%였으며, 직전 분기인 올해 1분기에서 1.89%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지정학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해외 채권과 투자 모두 부진했다.
주택기금 여유자금 운용평잔은 계획된 용처 외 예기치 않은 정책수행을 위해 준비해두는 일종의 '비상금'으로 기금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주택기금의 '여윳돈'이 줄어든 건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79만4240명으로, 전달(2683만3033명) 대비 3만8793명 줄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2859만9279명) 이후 2년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특히 '청약통장 무용론' 대두로 가입자 수, 계좌 해지 건수가 늘면서 청약통장(청약저축·종합저축·청년우대저축) 납입액이 크게 줄었다. 청약통장 납입액은 2021년 말 23조1384억원에서 지난해 14조9607억원으로 감소했다. 향후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국토부는 내년 납입액이 18조7800억원으로 올해 계획(21조7500만원)보다 13.7% 줄 것으로 예상했다.
수입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데, '씀씀이'는 커지는 실정이다. 문제는 당장 최대 3조원이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주택 건설 및 서민주택 금융을 지원해야 하는 주택도시기금이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재원 조달에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HUG에서 제출받은 '주택도시기금 운용 현황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거 정책과 전혀 무관한 곳에 지출된 기금의 비중은 평균 40%에 달했다.
지난해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 20조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투입해 세수 결손 일부를 메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는데,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펑크로 재원 결손을 메우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11월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하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정부의 전용으로 줄어든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을 메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30조원의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한 주택기금 활용 방안에 대해 "청약저축 돈을 끌어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택기금의 재원 조달은 청약저축이 20% 수준이고 나머지 80%는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유자금 운용 방법의 하나로 공자기금 예탁을 해 오고 있다. 공자기금 예탁을 좀 더 늘리는 것"이라며 "청약저축에 있는 돈을 쓴다는 것도 아니고 주택기금의 여유 재원을 좀 더 활용하는 것을 확대한다고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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