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인하 위주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자 업계가 불만에 휩싸였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정부의 분야를 가리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약가 인하 정책이 항암제의 수급 불안정 위기를 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또 한번 약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원들에게 답변하던 중 “제네릭 약가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약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러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기조를 두고 반발하고 있다. 해당 기조가 제약 업계를 위축시켜 왔지만, 특히 분야를 가리지 않는 제네릭에 대한 약가 인하 일변도 정책은 항암제 공급난이라는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비판의 배경에는 항암제 제네릭의 특수성이 있다. 항암제 제네릭은 타 의약품과 달리 별도의 전문적인 시설이나 인력을 필요로 한다. 유럽·일본의 약품 생산 설비 기준에 맞는 제조시설에서 항암제 원료와 완제품이 엄격한 품질테스트를 거쳐야 해 개발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암 환자 치료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이어진다. 항암제 제네릭의 개발은 장기간과 고난도를 요하고 생산 절차도 까다로워 국내 제약사에서 생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해외의존도가 높아서다. 이런 가운데 나타나는 지속적 약가 인하가 수급 불안정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의 분석 결과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1년간 국내 항암치료제 처방액 규모는 약 3조원이었다. 이 중 다국적 제약사 제품 비중이 76.4%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 비중은 23.6%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의 원성을 부르는 정책으로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제도’도 있다. 이 정책은 의약품 사용이 일정 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의약품 가격을 최대 10% 인하하는 방식을 띤다. 약을 많이 팔릴수록 약가가 깎여, 제약사들이 수익에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네릭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력 수익창출원이라는 점도 우려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지난해 허가된 의약품을 총 1488품목으로 집계했다. 제네릭에 대한 허가·신고 건만 총 802품목으로, 절반 이상인 약 53.9%를 차지했다.
해외에서는 약가에 혜택을 제공하면서 제네릭 사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어 우리와 대조된다. 약가 우대를 내세워 기업의 제네릭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것. 일례로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가격에 근거해 약가를 정하는 ‘자유가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항암제는 제네릭도 타 의약품에 비해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편에 속하는데 이번 국감에서 또 다시 제네릭 약가에 대한 인하 가능성이 비춰져 우려가 크다”며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분야인 만큼 제약사의 채산성도 함께 고려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을 기하는 입장이다. 손태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전반적으로 약가 인하에 대한 업계의 입장이 있는데 의약품 시장의 다양한 가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사각지대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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