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면담사실 공개…"군부·반군, 폭력 중단해야 화해 문 열려"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줄리 비숍 유엔(UN) 미얀마 특사가 미얀마 군사정권 수장을 만난 사실을 밝히며 폭력 종식을 촉구했다.
3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비숍 특사는 전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얀마 수도 네피도를 방문해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났으며 다시 미얀마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방문 시기와 대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비숍 특사는 군정 인사 외에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소수민족 무장단체 등 반군부 세력도 만났다며 "모든 이해관계자를 대하며 공정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비숍 특사는 미얀마 군부와 저항 세력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제로섬 사고방식'을 뛰어넘어야 하며, 폭력을 중단해야만 화해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얀마 당사자들은 지금의 '제로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전국적으로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한 문제 해결에 진전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화해를 향한 길에는 폭력 종식과 책임감, 유엔을 비롯한 구호단체의 자유로운 접근 허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호주 외교부 장관, 하원 의원, 국립대 총장 등을 지낸 비숍은 지난 4월 유엔 미얀마 특사로 선임됐다. 이번 연설은 특사 취임 이후 첫 유엔 총회 연설이었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군부와 반군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미얀마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 등 북부 샨주 3개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결성한 '형제 동맹'이 지난해 10월 말 합동 공세에 나선 지도 1년이 넘었다.
반군의 전방위 공세로 수세에 몰린 군부가 무차별 공습을 강화하면서 민간인 희생자도 급증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는 전날 미얀마 군정의 군수 물자와 자금 조달 차단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다.
유엔은 군부와 반군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미얀마 난민이 약 340만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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