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연소 우주비행사'가 탄 우주선이 고비 사막서 우주로 향하는 모습

'중국 최연소 우주비행사'가 탄 우주선이 고비 사막서 우주로 향하는 모습

BBC News 코리아 2024-10-30 13:24:29 신고

3줄요약
중국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19호'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발밑의 땅이 진동하더니 우주선이 하늘로 치솟았다. 로켓 발사기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고비 사막을 환하게 밝히고,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BBC 취재진은 중국 서북부 간쑤성 소재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 접근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얻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이른 새벽, 불과 1km 떨어진 곳에서 유인 우주선 '선저우 19호' 발사 장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우주선에는 'taikonaut'(우주비행사를 가리키는 중국식 용어) 3명이 타고 있었다. 톈궁(‘천상의 궁전’이라는 뜻으로, 중국이 자체 개발한 우주 정거장)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자 여러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가장 최근 우주로 향한 이들이다.

이들은 6개월간 톈궁에 머무르며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우주 유영도 하며 2030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중국 당국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경험을 쌓고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불과 2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우주 산업을 발전시키며 중국을 우주 강국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영원한 꿈”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야망과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진전을 큰 위협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올해 초, 빌 넬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미국과 중국은 달로 돌아가기 위한 “사실상의 경쟁 중”이라며 중국이 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미 의회에서 중국의 민간 우주 프로그램도 군사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왕하오쩌, 쑹링둥, 차이쉬저
EFE
발사 전 손을 흔드는 ‘선저후 19호’ 탑승 우주비행사 3인. (왼쪽부터) 왕하오쩌, 쑹링둥, 차이쉬저

'영광의 불꽃을 일으키는 꿈'

하지만 발사장 지원을 위해 건설된 ‘둥펑 스페이스 시티’에서는 중국의 우주 프로젝트를 축하하는 분위기이다.

우선 모든 가로등이 국기로 장식됐다. 어린이 공원 중심부에는 귀여운 우주비행사 인형과 관련 조형물이 자리 잡고 이으며, 도로 로터리 중앙에도 로켓 모형이 설치됐다.

시설로 들어가면 한쪽에는 시 주석의 모습이 그려진 대형 포스터가, 다른 한쪽에는 선저우 우주선 사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한밤중임에도 수백 명이 모여 국기를 흔들고 밝은 빛을 밝혔다. 발사장으로 향하는 우주비행사들의 발걸음을 축하하기 위해서이다.

금관악기 악단이 애국 가요인‘노래하자 조국’을 연주하고, 이번 행사를 위해 뺨에 중국 국기를 그리고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모인 아이들은 힘껏 노래를 따라 부른다.

국가적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한편 이번 임무를 이끄는 우주비행사 차이쉬저는 경험이 많은 인물이지만, 이번에 그와 동행하는 동료 두 명은 1990년에 태어난 신세대 중국 우주비행사들이다. 그 중 왕하오쩌는 중국 최초의 여성 우주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차이는 발사 행사를 위해 모인 취재진에게 “그들의 젊은 에너지 덕에 나도 젊게 느껴지고, 자신감도 더 생긴다”고 말했다.

“영광의 불꽃을 일으키는 꿈과 새로운 꿈의 불꽃을 일으키는 영광에 영감을 받은 우리는 진심으로 충실히 임무를 수행할 것을 당과 국민들에게 약속합니다. 우리는 중국 유인 우주 프로그램의 새로운 성과를 달성하고자 새로운 꿈에 불을 붙이는 영광에 영감을 받아 우리는 마음과 정신을 다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차이의 왼쪽에서 기쁨에 찬 표정으로 있는 이가 바로 우주비행사 쑹링둥이다.

쑹은 자신이 13살 때 중국 최초의 우주정거장 임무를 “흥분과 경외감”으로 지켜본 적이 있다면서, 조국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비행사가 되길 꿈꿨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 모두 국가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드러냈으며, 중국 국영 언론은 이들이 역대 “최연소 우주비행사”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들은 차세대 우주 여행자로, 이번 일은 국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다음에 우주로 향할 우주비행사 집단을 이미 선발해 둔 상태로, 이들은 우주 정거장에 머물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달 탐사 임무를 위한 훈련도 받을 것이다.

쑹은 “내게 건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우주에서 조국의 이름이 다시 한번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중국의 우주선 발사 현장
BBC/ Xiqing Wang

최근 중국의 이름은 우주 프로그램 관련 언론 기사에서 꽤 자주 “밝게 빛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초, 중국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서 암석과 토양 샘플을 채취했다.

이보다 앞선 2021년에는 화성 표면에 우주선을 무사히 착륙시켰을 뿐만 아니라 로버(무인 이동 로봇) ‘주롱’을 내보내며 이로써 세계에서 2번째로 화성 표면을 달리는 탐사 로버를 보낸 나라가 됐다.

또한 중국은 이미 우주에 여러 위성을 쏘아 올렸으며, 앞으로 더 많은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언젠가 ‘스페이스X’사의 ‘스타링크’와 경쟁할 수 있길 바라며 우주에서 광대역 인터넷을 제공하게 될 위성 1만4000개 중 첫 번째인 18개를 발사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 X’ CEO는 자신의 SNS 플랫폼 X를 통해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진전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기술이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더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스티븐 화이팅 미국 ‘우주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4월 우주 관련 학술토론회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숨이 멎을 듯한 속도”로 우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 이후 중국이 지구 궤도에 보낸 정보 수집용, 감시용, 정찰용 위성의 수는 3배 증가했으며, 중국이 이를 바탕으로 “태평양 상공에 미국 및 동맹국의 군사 정보를 찾고, 고정시키고, 추적하고, 표적으로 삼기 위한 ‘킬 웹’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우주 경쟁

한편 리잉량 ‘중국유인우주국(CMSA)’ 총기술국 국장은 중국의 우주 탐사는 “인류를 위한 공동의 사명”이라며, 이러한 미국의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리 국장은 “이를 ‘경쟁’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중국은 유인 우주 프로그램에 있어 평화적인 우주의 이용이라는 개념을 오랫동안 지지해오고 있다. 미래에는 공유와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유인 우주 기술의 다양한 측면에서 국제 협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우주 경쟁은 더 이상 달에 가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누가 달의 자원을 지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달에는 희토류, 철, 티타늄과 같은 광물 및 초전도체에서 의료 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헬륨도 잠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달 광물의 모든 가치를 합한 가치는 수십억달러에서 수천조달러까지 매우 다양하다. 왜 일각에서 달을 좋은 수입원으로 보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달 광물 채취는 매우 장기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달 광물을 채취해 다시 지구로 들고 오는 데 필요한 기술이 개발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게 레베카 모렐 BBC 과학 에디터의 설명이다.

한편 발사 센터의 중국 측 전문가들은 자국의 우주정거장 실험이 기여할 부분에 대해 강조하고 싶어 했다.

‘중국 과학원’ 소속 장웨이는 “우리는 뼈, 근육, 신경 세포 및 미세 중력이 이들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지구에서의 골다공증이 우주에서의 골 손실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만약 우주에서 독특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면, 골 손실과 근육 위축을 막을 특수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 결과 중 많은 부분이 지구에서도 적용될 수 있겠죠.”

중국의 우주 연구 시설
BBC/ Xiqing Wang

한편 때때로 중국은 자신들의 성과가 아직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달에 연구 기지를 달에 연구 기지를 건설하고, 금성 대기 샘플을 지구로 다시 보내며, 이번 세기 중반까지 우주 임무 30개 이상을 실현하는 등의 우주 야망 로드맵을 발표하는 이번 자리에서 중국 과학원’의 딩치바오 연구원은 중국은 “선진국에 비해”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 발사 센터에서도 중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라고 인정했다.

린시치앙 ‘중국유인우주국(CMSA)’ 대변인은 “복잡한 기술이고, 일정도 빠듯하며, 도전 과제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양탄일성(‘두 개의 폭탄과 하나의 위성’이라는 뜻) 정신을 이어갈 것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계속 발전해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며, 계속 협력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달에 착륙하겠다는 중국 국민들의 꿈을 실현하겠습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도 시 주석이 우주 프로그램을 우선시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를 목격할 수 있도록 외국 언론사까지 불렀으나, 여기에는 핵심적인 제한 요소가 있다.

우선 취재진은 발사 현장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는데, 중국 당국은 몇 시간가량 우리를 발사 현장에 두기보다는 버스로 총 12시간씩 왕복으로 이동하게 했다.

근처 동네 식당으로 가는 간단한 일정에도 보안 요원들이 줄지어 따라왔다.

또한 이곳 마을에는 살벌한 경고문이 설치돼 있었다.

“비밀 누설은 범죄이다. 비밀을 지키는 것은 영광이다. 비밀 누설 시 투옥될 것이다. 비밀을 지키면 행복해질 것이다. 비밀을 팔아넘기면 총에 맞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 배경이 지구 너머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조만간 지구에서 가장 강한 두 나라가 조만간 지구를 너머 영토 싸움을 벌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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