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인사 의의] 계열분리 공식화…본업 경쟁력 집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세계 정유경 회장, 조선호텔앤리조트 전상진 대표이사 兼 레저사업본부장, 이마트24 송만준 대표이사, 신세계푸드 강승협 대표이사, 신세계야구단 김재섭 대표이사, 신세계인터내셔날 김홍극 뷰티&라이프부문 대표이사 兼 신세계까사 대표이사[사진제공=신세계그룹]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신세계그룹이 30일자로 임원 인사를 발표한 가운데, 계열분리와 신상필벌 두  이슈에 관심이 모아진다. 계열분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세계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이 두 중심축으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역할이 적극적으로 가동되고 새로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이번 인사의 함의가 있다는 해석이다. 

30일 정유경 총괄 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이 발표됐다.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지 9년 만의 회장 등극이다.

이번 승진으로 정 회장은 백화점부문의 전면에서 진두지휘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즉, 회장 승진을 계기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백화점과 이마트간 원활한 계열 분리가 완성될지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2019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을 신설,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를 시작한 바 있다.

백화점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와 아웃렛 사업을 아우르며, 이마트부문은 이마트를 주축으로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과 슈퍼 등으로 구성된다.

신세계그룹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선도하는 기업집단에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끝내고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분리의 길을 택하면서, 이제 이를 위한 동력원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 이에 따라 신세계의 경쟁력 강화에 한층 힘을 실을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정 회장 승진 인사와 함께 발표된 임원 인사도 당연히 이를 위한 포석으로 의미가 크다. 

신세계그룹은 특히 본업 경쟁력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이미 올해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 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준비해 왔던 계열 분리를 시작하면서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 이 구상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본업 경쟁력 강화가 소비자와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길 정도가 돼야 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한 후, 2023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이 약 71조원대에 이르는 국내 최고 유통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계열분리를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2016년에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서로 갖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의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 구조가 얽혀 있던 상황을 단순화했다. 

이는 2019년 이마트와 신세계가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을 신설한 것보다 앞선 조치로, 계열 분리를 위한 밑작업이 일찍부터 논의됐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이마트와 신세계 쪽은 그간 이후 영업과 인사 등에서 서로 관여없이 독립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본업 경쟁력 강화만 확고히 뒷받침되면 분리에 실질적으로 아무 걸림돌이 없는 셈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관철했다. 특히 역량 중심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해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의 취임 첫 해 인사라는 점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먼저,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함으로써 그가 추진해 온 본업 경쟁력 강화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24대표에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내정됐다.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내려진 인사 결단으로 풀이된다.  최근 사업 조정을 통해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신세계푸드도 대표에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선임되면서 일신 기조를 더 강화하게 됐다. 

신세계까사 김홍극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됐으며,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되는 등 인재의 적재적소 발탁 풀이에 힘이 실린다. 신세계L&B 대표에 마기환 대표를 외부 영입한 점도 치열한 변화 노력을 임원진에 주문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신세계 관계자는 “과거 획일화된 인사 체계를 탈피한 것으로 조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회사 전체적으로는 인재 활용 폭을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