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장 네타냐후에 서한…"팔 난민기구 활동 허락" 촉구
이스라엘 가자북부 공세 지속…주택가 폭격에 최소 90여명 사망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마지막 생명줄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이스라엘 활동에 빗장이 걸리면서 국제사회 규탄 속에 민간인 참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대단히 파괴적인 결과'가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UNRWA 외에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필요한 원조를 제공할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신(네타냐후)과 이스라엘 정부가 국제법상 의무를 준수해 그런 파괴적 결과를 막고, UNRWA가 동(東)예루살렘을 비롯한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활동을 지속하도록 허락할 것을 호소한다"고 적었다.
앞서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28일 UNRWA가 이스라엘 및 동예루살렘 등 점령지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하고 UNRWA를 테러 단체로 지정, 이스라엘 정부와의 소통 및 협력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UNRWA는 3개월 뒤 법이 시행되면 이스라엘이 점령하지 않은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서안지구에서 활동은 금지되지 않지만 사실상 발목이 잡히게 된다.
UNRWA는 1948년 1차 중동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인 70만명의 지원을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기구이지만, 이스라엘 측은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자국을 기습공격하는데 UNRWA 직원 일부가 개입했다는 등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스라엘 측은 최근 제거된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도 사망 당시 UNRWA 신분증을 지니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등 7개국은 27일 공동성명을 통해 UNRWA의 활동을 제한하려는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지만 이스라엘 의회는 표결을 강행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날도 폭격을 이어가며 민간인 피해를 불렀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지상군 공세가 재개된 가자지구 북부의 베이트 라히야 지역에선 29일 오전 4시 20분께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5층짜리 주거용 건물이 무너지면서 최소 9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구조대원과 의료진은 사망자 중 25명이 어린이었다고 전했다. 해당 건물에는 앞선 폭격에 놀라 몸을 피한 주민 300여명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 중 관련 질문을 받고 "이 사건으로 민간인이 생명을 잃은 것을 깊이 우려한다. 이건 끔찍한 사건이었고,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묻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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