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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운전자의 일상은 우리가 자전거를 처음 배웠을 때처럼 매일 균형을 잡는 도전이다. 차에서 내리고 휠체어를 꺼내는 일조차 큰 난관이 된다. 좁은 주차구역, 닿지 않는 트렁크 버튼, 장애인이 운전 중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 없는 표식 부재까지 넘기 어려운 벽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느꼈던 잠깐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그들에게는 일상이고 도전이다. 두 발과 두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해도 그들의 이동권은 모두와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한데 현실은 권리조차 매 순간 도전이다. 여성경제신문이 장애인 운전자가 넘어야 할 벽을 조명하고 해결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을 독자와 나눠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 쇳덩이 문을 열 때마다 사투를 벌여요. 출입문 만들 때 휠체어·목발을 사용하는 시민도 고려해 주세요. 커다란 휠체어 바퀴 통과시키기도 여간 쉽지 않은데 문까지 무거우니 버거워요. 누가 열어주거나 문을 잡아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어요. 출입하라고 만든 문이 장애인에겐 장벽이죠. 자동문만 되어도 훨씬 편할 텐데 여닫이문 가득한 현실에 씁쓸할 뿐이에요.
"주차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쇳덩이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갈 생각을 하니 한숨이 안 나올 리가 없죠."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대형 쇼핑몰 아이파크몰. 하반신 장애인 운전자 이성수 씨(남·62)는 힘겹게 주차를 마쳤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차에서 내려 목발을 짚고 매장 출입구로 간 이성수 씨. 여닫이문을 보고는 한숨이 나왔다.
쇼핑몰뿐만이 아니다. 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시청도 마찬가지다. 휠체어 이용자 홍서윤 씨(여·38)는 여닫이문을 겨우 열었다. 남들의 1초가 그에겐 1분이다. "여닫이문은 누군가 열고 닫아주지 않으면 힘들어요. 문의 무게도 무거워 휠체어로 문을 지탱하는 수밖에 없죠.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부터 진땀을 빼요. 한여름엔 짜증이 밀려옵니다."
장애인 운전자가 여닫이문을 열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국내 공공기관, 민간기업, 상업시설 등 건물 지하에 마련된 주차장의 주 출입구는 여닫이문이 대다수다. 휠체어, 목발 등을 이용하는 하반신 장애인은 혼자서 문을 열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면 장애인 편의를 위해 출입문은 회전문을 제외한 다른 형태의 문을 설치해야 한다. 미닫이문은 가벼운 재질로 하고 턱이 있는 문지방이나 홈이 있으면 안 된다. 여닫이문에 도어체크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문이 닫히는 시간이 3초 이상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자동문 또한 휠체어 사용자의 통행을 고려해 문의 개방 시간이 충분하게 확보돼야 하며 개폐기의 작동장치는 가급적 감지 범위를 넓게 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은 자동문이 아니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운전자 홍서윤 씨는 "여닫이문이 양면으로 돼 있다면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밀고 들어간다. 그런데 당겨야 하는 문이면 열기 쉽지 않다. 특히 강남, 여의도 건물들은 대부분 문이 무겁다. 끙끙거리면서 열어야 한다"며 "그나마 전동휠체어의 경우 휠체어로 문을 고정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동휠체어는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이 문을 열고 가거나 누군가 지나갈 때 열어줘야 한다. 손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이라면 누군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는 웬만한 건물은 모두 자동문이다. 큰 빌딩의 경우 자동문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버튼을 누르면 문이 모두 열리거나 최소한 한쪽은 자동문으로 만들어져서 누가 오든 센서로 열리게 돼 있다. 국내도 그런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평가하는 장애인등편의법에 근거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Barrier-Free) 인증제'에 따르면 출입문의 형태는 출입구를 포함해 모든 출입구 중 60% 이상 자동문일 경우 최우수, 자동문 설치는 우수, ‘자동 닫힘’ 기능이 있는 여닫이문 설치는 일반이다. 여닫이문 도어 체크를 설치하는 경우 문이 닫히는 시간이 3초 이상 충분하게 확보돼야 한다. 미닫이문은 가벼운 재질이며 턱이 있는 문지방이나 흠이 없도록 설치해야 한다.
BF인증제도는 장애인등편의법에 근거해 '건축물이나 시설물이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인증 제도다. 민간기업과 쇼핑몰은 BF인증제도 의무 대상이 아니다. 다만 국내에서 손꼽는 대기업과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 쇼핑몰의 접근성을 확인하고자 BF인증제도 평가 항목 중 일부를 객관적 지표로써 참고차 사용했다.
여성경제신문 기획 '장애인장벽' 특별취재팀 취재 결과 공공기관, 민간기업, 쇼핑몰 등 총 8개 건물을 방문했을 때 5개의 건물은 여닫이문이었다. 62.5%가 자동문이 아닌 것이다.
취재진이 무작위로 방문한 7개 민간 건축물 중 자동문이 아닌 SK텔레콤, LG전자, 삼성생명, 아이파크몰은 모두 여닫이문이었다. 지난 7월 SK텔레콤 본사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휠체어 이용자 홍서윤 씨는 "대부분의 오피스 빌딩은 양쪽 문임에도 불구하고 양 문을 다 오픈해 놓지 않는다. 한쪽은 고정문인 경우가 많다. 문이 가볍거나 양면 플립형이라면 그나마 수월하지만 한쪽 문이 고정돼 있고 나머지 문이 두꺼운 문이라면 사투를 벌이듯 들어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높은 층의 건물들은 지하 주차장이 춥다 보니 두꺼운 문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두꺼운 문들은 바닥에 돌출된 부분이 있다. 그 턱을 넘어가는 것도 어렵다. 문을 여는 데 힘을 다 쏟고 겨우 넘어가는데 그 와중에 문은 자동으로 닫히려고 한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LG전자는 1차 출입문이 여닫이문, 2차 출입문은 자동문이었다. LG전자와 삼성생명 여닫이문 역시 열었을 때 자동으로 고정되지 않았다. 반면 LG유플러스, 교보생명, 한화생명은 지하 주차장 주 출입구가 자동문이었다. LG유플러스와 한화생명의 경우 자동문 출입구 앞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다. 교보생명은 단차가 없었다.
시민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서울시청에 방문해 보니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엘리베이터는 직원 전용과 방문객 전용으로 나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출입구도 나뉘었다. 직원용은 자동문, 방문객용은 여닫이문이 설치돼 있었다. 직원 전용 출입구는 전용키를 찍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유동 인구가 많은 쇼핑몰은 장애인들이 특히 더 출입하기 어려운 장소로 꼽았다.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대형 쇼핑몰 아이파크몰은 바깥, 안쪽 출입문 모두 여닫이문이었으며 무게가 무거웠다. 이날 본지와 아이파크몰에서 만난 하반신 장애인 이성수 씨는 "문이 무겁고 고정이 안 돼 스스로 한 손으로 문을 지탱하는 등 조절해야 한다. 목발을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쉽지 않다"라고 했다.
그는 "출입문이 자동문으로 돼 있으면 좋겠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문들은 굉장히 무겁다. 전동 휠체어로 밀어도 힘든 경우가 있다. 문이 무거울 뿐만 아니라 웬만큼 열리면 문이 고정돼야 하는데 서지 않는 문이 있다. 그러면 한 손으로는 문을 잡고 들어가야 한다"며 "목발·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조절하기 힘들다. 행인 분들이 문을 열어주고 지탱해 줘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휠체어 이용자 홍서윤 씨도 서울에서 가장 출입하기 힘든 장소 중 하나로 쇼핑몰을 언급했다. 그는 "유동 인구가 많은 쇼핑몰들은 문이 여러 개인데도 불구하고 맨 왼쪽에 있는 외부 문을 열어놓고 나머지는 잠가놓는다. 2차 문(안쪽 문)은 반대편 대각선에 있는 안쪽 문을 열어놓으니 동선이 멀어서 힘들다. 휠체어를 타고 지그재그로 움직여야 하는 것. 출입 자체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인순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 부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아이파크몰은 BF인증을 받은 건물이 아닌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최소한의 규정으로 허가를 받은 건물이다. 이용자들이 감수하고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출입문 폭, 손잡이 등에 대해선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자동문 의무 설치나 무게에 대해선 법에서도 BF인증제도에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규정이 없다 보니) 수동문만 설치해도 허가가 난다. 문의 무게에 대한 부분은 향후 정책적으로 논의해야 할 숙제"라고 설명했다.
모든 건물 출입 편리한 일본
오래된 건물도 100% 자동문
옆 나라 일본은 어떨까. 9월 여성경제신문이 방문한 일본 내 모든 건물은 전부 자동문이었다. 장애인, 고령층 등 이동 약자들은 흔히 보이는 자동문으로 출입에 대한 접근성에 대한 불만이 없는 모습이었다. 일본 도쿄도청 인근에서 본지와 만난 하반신 장애인 운전자 C씨(남·47)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 연결된 모든 출입구는 자동문이었다. 최근에 출입문 형태 때문에 불편을 겪었던 적은 없다"라고 했다. 고령자인 비장애인 시민 D씨(여·75)도 "쇼핑몰, 공공기관 등 건물에 대한 접근성이 열악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전부 자동문이라서 출입에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다"라고 했다.
일본 내 일부 공공기관과 쇼핑몰들을 방문한 결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 연결된 주 출입구는 전부 자동문이거나 문이 없었다. 대표적 공공기관 중 하나인 도쿄의 도쿄도청과 오사카의 오사카시청은 모두 센서형 자동문이었다. 오사카에 있는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 요도바시 카메라 쇼핑몰 또한 전부 센서형 자동문으로 이뤄져 있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 복합 쇼핑몰 라라포트 오사카 가도마 지점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 엘리베이터가 연결되는 출입구에 문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아 누구나 접근할 수 있었다.
김인순 부장은 "출입문은 당연히 수동문보다 자동문이 훨씬 좋다. 문 앞에 접근했을 때 터치 혹은 센서에 의해서 자동문을 바로 열고 들어갈 수 있다면 휠체어 사용자도 얼마든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비장애인이더라도 휴대전화를 보면서 걷거나 짐이 있는 경우 수동문보다 자동문이 좋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일본 도쿄·오사카, 서울=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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