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드라마 촬영까진 이해하겠는데 산에서 담배 피우진 맙시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 목적으로 공원이나 공공장소서 통행을 제한하거나 조용히 해달라는 요구를 받는 경우는 도심 곳곳 등 일상서 종종 목격된다. 이 같은 조처에 인근 주민들이나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거나 항의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게 현실이다.
지난 28일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의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이번엔 단순한 불편이 아닌 산 근처에서의 촬영 스태프의 흡연 문제가 불거진 것.
이튿날인 29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산행을 위해 서울시 노원구 소재의 불암산을 찾았다가 겪었던 불편했던 경험담이 소개됐다.
이날 글 작성자 A씨는 “어제(28일) 불암산 정상석 아래서 드라마 촬영팀이 있었다. 마침 그 곳을 지나가려 하는데 ‘촬영해야 하니 지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조용히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비슷한 사례는 각종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터라 그는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촬영 장비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트럭 앞을 지나갔다.
그런데 등산로 입구의 고압 먼지털이 장치 앞에 촬영팀 스탭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캠핑 의자를 놓고 흡연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해당 여성이 촬영 트럭의 백미러 바로 뒤에 설치한 캠핑 의자에 앉아 있었다며 촬영 트럭과 고압 먼지털이가 설치돼있는 등산로 입구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흡연 중인 여성 스태프에게 “산에서 담배 피우시면 어떡하느냐?”고 지적하자 옆에 있던 트럭 기사로 보이는 남성이 아무 말 없이 그를 째려봤다.
그는 “기사 남성과 한 패인 듯한 여성, 부디 담배 많이 피우시고 유병장수하시길…”이라고 기원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보배 회원들은 “말 섞을 필요 없이 흡연 장면+차량 번호 영상 촬영해서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된다” “무슨 드라마 촬영팀이 벼슬이야? 암행어사 마패야?” “트럭도 X바리 브랜드네” 등의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반대 목소리도 눈에 띈다.
회원 ‘질서OO’는 “담배 피운 걸 왜 님에게 죄송해야 하느냐? 산 주인 되시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한마디야 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왜 글 작성자에게 죄송하다고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댓글엔 “말 한번 잘했다. 산 주인도 아니면서 자기들이 뭔데 일반 시민들에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건 맞느냐? 무슨 권리로 사람들을 막느냐?” “촬영하는 사람들은 산 사서 촬영하느냐?” “뭐가 잘못됐고 뭐가 우선순위인지 모르는 분이네” 등 비판 대댓글이 달렸다.
‘질서OO’ 회원도 “아무나 오지랖 부리며 잔소리하면 님은 바로 죄송하다고 하느냐? 직접적으로 피해준 것도 없는데? 그 사람은 무슨 권한으로 당신의 공중도덕을 단속하고 꾸지람하고 그 사람에게 죄송하다고 해야 하느냐“며 지지 않았다.
A씨의 상황과 마주하게 될 경우, 어떻게 행동하는 게 최선일까?
관련 업계에선 산행 중이나 하산 시 흡연자를 발견하게 될 경우 업계에선 직접적인 흡연자와의 대응보다는 신고를 당부하는 분위기다.
국립공원의 경우는 담당 국립공원사무소에 신고하고, 비국립공원이라면 담당 지자체 산림과로 전화하면 현장 출동해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국립공원의 경우 신고 지점서 가장 가까운 거점 근무자가 출동하게 되며, 국립공원이 아닌 산에선 산림과 직원이나 공공근로자 산림보호원이 흡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출동까지 물리적인 거리로 인한 시간 소요로 현장 적발이 어려운 점, 현장 적발이 아닐 경우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이 부분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공원 관계자는 “매년 관련 부처에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선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끔 흡연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후 제출해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하는데 추천드리지 않는다. 시민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신고한 시민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건 우리 입장서도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자연공원법 제86조 제1항 제5호엔 국립공원 내에서 흡연 적발 시 ▲1차 위반 60만원 ▲2차 위반 100만원 ▲3차 위반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입산 시 무심코 버린 담배로 인해 최근 10년 동안 평균 6.0%(33.8건) 산불이 발생했다. 산에서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화기 및 인화물질을 소지하고 들어간 사람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소방청 ‘국내 산불 원인’ 통계 조사 결과 1위는 담배꽁초가 1237건(27.5%)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쓰레기 소각 895건(19.9%), 불꽃, 불씨, 화원 방치 572건(12.7%) 순으로 집계됐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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